입시경쟁 주도하는 국가고시 폐지한 인도네시아

제주 동백작은학교의 국제민주교육컨퍼런스 참가기

등록 2024.07.27 12:41수정 2024.07.2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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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작은학교는 대만에서 열리고 있는 IDEC(International democratic education conference) 행사에 참여했다. 국제민주교육컨퍼런스(IDEC)는 전 세계 민주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 학부모, 교육자, 옹호자, 학자, 단체, 개인이나 단체가 모여 조직하는 대규모 국제컨퍼런스이다.  

이스라엘, 영국, 미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매년 열리고 있으며, 올해 30주년을 맞이한다. 토론, 브레인스토밍, 공유를 통해 컨퍼런스는 전 세계적으로 민주 교육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참가자 대부분은 민주교육을 하는 학교 교사, 학생, 양육자들이며 함께 교류하고 서로의 이야기들을 나누며 창의적인 교육의 장들을 모색해 가는 의미있는 자리이다.  2024년 대만에서의 IDEC 행사는 <다양성으로 향하는 다리를 놓자>라는 주제로 7월 20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a  2024 대만에서 열린 IDEC 행사에 참여한 동백작은학교 학생들

2024 대만에서 열린 IDEC 행사에 참여한 동백작은학교 학생들 ⓒ 이임주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은 7월 19일에 대만에 도착해서 타이베이 위안산 엑스포공원에서 열리는 이틀간의 다양한 포럼에 참석했다. 여러 나라들의 교육운동 역사 및 창의적인 사례를 들으며 밤마다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영감을 얻기도 했다.

이번에는 가까운 대만에서 행사가 열린 터라 한국에서는 무려 12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모였다. 우리 외에도 영국, 독일, 일본,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의 민주교육 운동가들이 모여 함께하는 축제의 장을 벌였다.

무엇보다 포럼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인도네시아 시민들이 입시경쟁을 주도하는 국가고시폐지 운동을 벌여 2021년에 정말 대학시험이 폐지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 인도네시아 교육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고, 학생들은 물론 늘 불안하던 학부모들도 입시경쟁의 부담에서 벗어나 좀더 유연한 태도로 자녀들을 대하기시작했다고. 대학에서도 각 대학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것이다. 

OECD 가입국 중 청소년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에서도 머지않아 입시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이 생기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하태욱 선생님께서 경기교육청에서 설립한 대안학교인 신나는 학교 탄생배경과 교육과정들을 소개하였고, 한국의 교육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들에 대해 주제강연을 해 주었다. 


22일 오후에는 대만 IDEC에서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다양한 부스를 통해 함께 나누는 오픈 스페이스가 열렸다. 오후에 시작되는 행사인데도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은 아침부터 자신들이 주체적으로 진행할 부스에 대한 설렘으로 분주했다. 

한국 청소년들은 한국의 전통 음악, 놀이, 한복입기 체험, 양말목 공예, 페이스페인팅, 봉숭아 물들이기, 오색팔찌만들기, 한국이름지어주기 등 주체적으로 다양한 부스들을 운영했다. 
 
a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이 다양한 부스를 통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이 다양한 부스를 통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 이임주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이 준비한 거리들은 비치코밍 업사이클링, 한국 부채 만들기, 책갈피에 한글로 명언 따라적어보기, 세월호와 이태원 리본 무료나눔, 케이팝탑로더 였다. 영어에 서툰 친구들은 몸짓 발짓으로 이 활동들의 의미들을 설명하며 다양한 세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교류하였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는 IDEC 포럼에서 하태욱 선생님이 언급했어서 많은 세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메시지도 적어 주었다. 동백학생들은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설명을 미리 영문으로 준비하고 그림도 그리고 정성스레 꾸며서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기도 했다. 또한 바다 쓰레기 업싸이클링을 준비하며 대만에 가기 전 제주 바다에 가서 쓰레기들을 줍고 미리 업사이클링 목걸이를 만들었다.

마지막에는 무지개 학교에서 준비한 강강수월래를 했는데 다들 너무 정겹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한국어의 귀여운 '쫄래쫄래' 같은 의태어는 영어로 표현하기 어려워 함께 웃음 터트리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민주교육을 이끌어 가고자 하는 교육의 투쟁과 역사의 흐름들이 전세계적으로 많이 닮아 있었다. 학생들은 비록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서로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동백학생들은 다양한 세계인들과 만나며 민주교육에 대한 더욱더 넓은 시각과 배움을 얻어 온 것 같았다. 다음은 참가 학생들의 소감 중 일부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인도네시아에서 오신 분의 강연이었는데, 인도네시아는 국가고시를 폐지한 정말 흔치 않은 나라였다. 이런 경쟁 위주의 사회에서 대안이 될 교육들을 해 나가는 수많은 교사들과 학생 사람들이 대단하고 존경스럽게 보였다. 우리의 대안 교육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대안 교육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 교육이 되고 나아가서 이 사회는 어떤 교육의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해준 의미 있었던 아이덱이었다." (18세 홍준형)

"아이덱에서 여러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 다른 국적의 학생들을 만나 함께 교류하고 나누었다. 여러 강연도 들었고 오픈 스페이스를 하며 한국의 문화들도 알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언어는 서로 달랐지만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서 만난 학생들은 모두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나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민주교육은 무엇인가. 나는 왜 대안학교를, 동백작은학교를 다니고 있는가?' 나는 행복하고 자유롭게 나를 찾아나가고 싶다.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더라도, 좀 어려운 길을 걷더라도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 국어나 수학 말고 소외 당하는, 변두리에 서 있는 사람들을 공부해서 기꺼이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모두가 행복하고 평등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 그것을 만드는 것, 그것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민주교육이 아닐까?"(15세 박지원)


다양하게 펼쳐진 전 세계의 민주교육에 대한 실험과 도전들이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큰 배움과 희망의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 또한, 민주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세계의 많은 교육운동가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이 매년 펼쳐진다는 것 자체가 교육의 희망이다. 서로의 끈을 더욱 잘 이어가 그물코처럼 단단한 연대로 교육의 방향이 지속가능한 희망의 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동백작은학교는 제주에 위치하고 있으며 생태, 인권, 평화의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청소년 민주시민 교육 공동체이다. 제주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14세~19세의 청소년들이 함께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배우고 실천하며 따뜻한 공동체를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평등한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며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배움이 즐거운 '학교를 넘어선 '학교를 꿈꾸는 학교이다. 2021년 3월에 처음 문을 열었으며, 전국에서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동백작은학교 #IDEC #2024TIWANIDEC #민주시민교육 #제주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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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동백작은학교에서 생태, 인권,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며 아이들과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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