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 CCTV에서 보이는 새호리기 보령 회전교차로를 비추는 CCTV에 멸종위기종 '새호리기'가 나타나 매미를 뜯어 먹고 있다. 해당 영상은 기자가 CCTV 화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이다. ⓒ 최한수
야생조류 관찰을 취미로 가지고 있는 '탐조가'인 필자에게 재미있는 소식이 SNS를 통해 전해졌다. 충남 보령시에 있는 회전교차로를 비추는 CCTV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새호리기'가 자주 등장한다는 정보이다.
반갑고 신기한 소식을 전해 듣고 매일 10번 이상 CCTV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시간대를 달리하여 수시로 CCTV 사이트에 접속해 보았지만, 새호리기는 그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았다.
뺨에 흰색 '볼 하트'가 선명하다. 깊은 눈동자와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고 있지만 노란 태 안경을 쓰고 있는 듯 귀여움까지 겸비했다. 이미 알고 있는 모습이라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지난 27일 오전 10시, 드디어 나타났다. 귀여운 얼굴을 볼 수 없는, 뒷모습이었지만 너무너무 반가웠다. 바람이 세게 부는지 난간에 앉아 균형을 잡기 위해 꽁지깃을 씰룩 씰룩 흔드는 모습이 신비로웠다.
20여 분을 아무 생각 없이 '새 멍'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날아오르면 CCTV 화면에서 사라졌다. 아! 이대로 끝인가? 첫사랑의 이별만큼 큰 아쉬움이 밀려 왔다.
아니다. 나는 역시 '조복' 있는 사람이다. 먹잇감을 물고 돌아왔다. 난간에 앉아 버둥거리는 매미를 앞다리부터 죽죽 뜯어 먹는 야생의 모습을 나에게 첫 만남 선물로 남겨 주었다.
한동안 매미를 먹나 싶더니 몇 번 입질하지 않은 매미를 물고,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맛있는 매미를 먹다가 둥지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어린 새끼들이 생각난 것일까? 퇴장도 화려했다. 맞바람을 이용한 '바람과 페어링'기술을 이용해, 마치 방패연처럼 우아하게 하늘로 떠올랐다.
'새호리기'는 어떤 새인가?
새호리기는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되어 국가의 보호를 받는 희귀한 새이다. 비행 솜씨가 뛰어나 작은 새를 홀려 잡아먹어 '새홀리기' 또는 '새호리기'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