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가 찍어온 학교 급식 사진어떤 반찬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주저 없이 학교 식단표를 살펴본다. 아이들 건강에 도움을 주는 식자재 선정, 균형 잡힌 식사 등 가정식 준비에도 도움을 준다.
임은희
가정에서도 학교 급식처럼 하면 좋겠지만 영양사, 조리사, 배식담당이 따로 없는 집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방학이면 급식이 사라지니 혼자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어 자연스럽게 외식이나 인스턴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냉동식품이나 저장 반찬들 위주로 꺼내다 보니 아이들이 질려서 잘 안 먹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변화를 시도했다. 기준은 학교 식단표였다.
우리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지 않아 시간적으로 여유롭다는 점을 활용하기로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장을 함께 보며 제철 과채류와 물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먹고 싶은 것을 직접 고르면서 식자재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었다. 학기 중에는 주말을 이용했고, 방학에는 주중 오전을 이용해 인근 협동조합이나 시장, 농협을 방문했다. 학교처럼 우리 농산물을 제일 먼저 살펴보고 수입품은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는 방향으로 하자고 아이들에게 권유했다.
학교처럼 친환경, 유기농 식자재 구입을 우선으로 했다. 아이들에게 아무 농산품이나 구입하여 베이킹소다나 식초로 표면을 깨끗이 닦으면 겉에 묻은 농약은 사라질지 몰라도 식물이 자라며 흡수한 농약성분은 우리가 먹는 부분에 그대로 남아있어서 몸에 좋을 것이 없다는 점을 설명했다. 급변한 기후는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환경을 덜 오염시키는 방식으로 재배한 농작물을 먹어야 지구와 사람 모두에게 이롭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조금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입해 남김없이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친환경 식품을 구입하면 세척 과정이 단순해진다. 물이나 소금으로만 닦아도 큰 문제가 없어서 아이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과일 씻기를 포함한 요리의 전 과정을 즐거워했다. 산딸기 같은 것들은 씻다가 집어먹는 것이 반이었다. 처음에는 쌀과 과일을 씻는 정도였지만 직접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삶은 계란을 까던 아이들은 이제 계란프라이나 계란말이도 한다. 당근과 양배추를 썰어 볶음밥을 하고, 연어를 잘라 덮밥이나 초밥을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