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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긴 시문

[김삼웅의 인물열전 - 면암 최익현 평전 30] 상소문·시무책·격문·시문 등 장르가 다양했다

등록 2024.08.05 15:24수정 2024.08.0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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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면암 최익현 초상(勉菴 崔益鉉, 1833~1906년) 비단에 채색, 청양 모덕사 소장.

면암 최익현 초상(勉菴 崔益鉉, 1833~1906년) 비단에 채색, 청양 모덕사 소장. ⓒ 전병호

 
면암은 많은 글을 남겼다. 상소문·시무책·격문·시문 등 장르가 다양했다. 여기서는 몇 편의 시문을 소개한다.(대부분 원문은 한자이다)

 을사년 섣달 그믐

 오는 해는 내 일찍이 스승 찾아 글 배우기 비롯된 해
 살아온 생애 어딜 가나 오직 초라한 갈대집 하나
 나무꾼, 고기잡이로 어울려도 늘 즐거웠거니
 궂은 쌀, 나무 밥이지만 더 나은 살림은 바라지 않았네
 이날의 일이 험하고 어려웁다고 탄식치만 말라
 스스로 의귀(依歸)할 고인서(古人書)가 있잖은가
 가없구나, 저 명리(名利)의 뜬 세상에 사는 나그네들이여!
 바둥대다 종년(終年)에는 모두가 죽음으로 떨어지노니.

 스스로 책함

 덧없는 이 세상의 시각 다하기 전에
 가혹한 가시 돌밭길 다시 밟게 되었구나
 한 번 싸움에 지매 그 누구를 탓하랴
 남보다 한 치 마음도 없는 이 몸이 부끄럽구나.

 임병찬에게 줌

 깊은 산 여윈 어버이께 효 닦던 날
 고을이 텅 비도록 무리져 나와 충성을 맹세할 때
 그 지킨 의기 온 천하가 공명하였으니
 어찌 한 점의 사욕인들 그 안에 들었으랴.


 정시해를 애도함

 해 떨어진 순창 땅 적막한 사관(舍館)
 죽기를 맹세하고 남은 사람 겨우 스물일곱 뿐
 오직 그대 먼저 선뜻 목숨을 다하니
 남은 우리 그로 하여 생색만 내는구나.


 일제의 옥속에서 읊음

 일찍이 들었노라
 세상의 온갖 일 뜻 있으면 이루움을
 내 살아가며 벼슬에 몸 두기를 가벼이 하였나니
 마음 속 한 가닥 충절 펴보지도 못한 채
 부끄러이 몸이 먼저 묶였으니
 다시 무슨 말로 우리 임을 보답하랴


주석
1> <나라사랑>, 제6집, 148~150쪽, 외솔회, 1972.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면암 최익현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최익현평전 #최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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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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