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죽음 공부 치즈코의 <누구나 혼자의 시대의 죽음>을 시작으로 나의 죽음 공부가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죽음 공부란 삶을 배우는 것임을 느끼고 있다.
이진순
그리고 이어서 늙음, 치매, 죽음 등에 대해 여러 책들을 찾아 읽게 되었다. 결코 환하거나 밝지 않은 주제들을 부여안고 깊은 늪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무력감이 밀려올 때도 많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 5월에 방영되었던 EBS 다큐프라임 <내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의 2부 '집에서 죽겠습니다'는 우에노 치즈코 특집이라고 해도 될 만큼 그녀의 활동을 밀착 취재하였다. 그리고 집에서 죽기를 선택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왕진을 하며 마을의 노인들을 돌보는 의사 이야기, 해결할 수 없는 늙음의 문제를 삶으로 껴안는 주간보호센터 이야기 등 일본의 사례들이 소개된다.
작품의 제목 '집에서 죽겠습니다'에서는 꽤 무거운 결기같은 게 느껴진다. 인터뷰어는 치즈코에게 집에서 죽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에 그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한다. 이것이 중요한 질문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을 말해주는 것이리라.
노인이 혼자 있으면 불쌍하다, 부모를 혼자 두는 건 불효이다. 독거노인은 병원이나 시설에 가야 한다 등의 상식은 20년 전의 상식이라고, 현재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 치즈코는 말한다. 그리고, 사는 방식과 죽는 방식을 노인 스스로 결정하는, '자립 노인'이 되기를 권한다.
병원에 있다가도 죽음이 가까워지면 집으로 모시던 우리 사회의 풍습은 이제 완전히 그 반대가 되었다.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죽기를 원하지만, 실제 사망자 10명 중 8명은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사망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병원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출처 : '우리는 어떤 죽음을 맞게 될까',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경향신문, 2023.10.4.).
집에서 돌봄 받으며 죽는 것, 어마어마하거나 염치없는 꿈은 아닐 텐데, 누가 뭐라 할세라 대다수가 서둘러 그 바람을 접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저자 양창모는 가장 큰 이유로 의사가 환자를 찾아가는 시스템이 없는 현실을 꼽는다. 그리고 2019년부터 시작된 왕진시범사업을 이야기 하며, 낮은 왕진 수가를 현실화 하고 민간의료가 아니라 공공의료가 이 일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언급한 다큐에는 위암으로 한 달 시한부 판정을 받은 86세의 할머니와 그녀를 돌보는 83세의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시설은 싫다고, 남편 옆에서 죽고 싶다고 하는 할머니 옆에서 할아버지는 밥을 차리고 청소를 하고 시장을 본다. 백발단발의 할머니 얼굴은 어느 노인, 아니 어느 청년의 얼굴보다 웃음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