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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4.08.06 10:21수정 2024.08.06 10:42
"봄비 쏟아지던 날 새벽, 이 바위틈의 얼음 덩어리도 드디어 풀리는 날이 왔다. … 동사한 개구리 시체를 모아 매장하여 주고 보니, 깊은 물 아래에 아직 두어 마리 기어다닌다. 아, 전멸은 면했나 보다."
1942년 3월 30일, 당시 조선 유일의 성서 잡지 <성서조선>(제158호)에 실린 권두문 '조와(弔蛙, 죽은 개구리를 조문함)' 마지막 대목이다. 이 글은 혹한의 겨울에 얼어 죽은 개구리들을 슬퍼하면서도, 여전히 아직 살아남아 기어코 봄을 맞은 두어 마리 개구리가 있음을 알린다.
일제는 이 글을 문제 삼아 잡지 <성서조선>를 폐간하고 필진과 독자를 모두 검거, 구속하였다. 일제의 가혹한 탄압을 '혹한의 겨울'로, 그 가운데 무수히 죽었으나 끝내 살아남은 조선 민중을 '개구리'에 빗댄 글이라는 것. 이른바 '성서조선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