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각) 오후 뉴욕 증권거래소의 모습. 이날 다우존스는 100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후 600포인트 이상의 손실로 마감했고 나스닥은 400포인트 이상의 손실로 마감했다.
AFP/연합뉴스
미국발 대외 충격이 발현하면 부채발 경제위기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금리주기는 산 정상에 오른 2023년 1월 이후 18개월 연속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선제적 금리인하가 필요한 이유는 코로나부채(가계대출·자영업자대출·중소기업대출) 경착륙을 위해서다. 코로나 민생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최고의 민생부채 대책은 선제적 금리인하를 통해 보편적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코로나부채는 2019년 2441조 원에서 2023년 3329조 원으로 36% 증가했는데, 2019년 이후 발생한 코로나대출 증분만 888조 원에 이른다. 즉, 이 기간에 가계대출은 263조 원, 중소기업대출은 377조 원, 개인사업자대출은 248조 원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곳은 가계부채 트리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자영업자대출 부실화 문제다. 이번에도 한국은행이 실기해 고금리 충격이 장기화된다면, 민생경제는 부실이 추가 부실을 부르는 부채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금리인하 로드맵에 대한 강력한 선제적 안내를 예고하고, 미국 연준보다 빠르게 선제적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금리인하 걸림돌(공공요금 인상계획 중단, 신규대출 총량관리 등)을 철저하게 관리해 금리인하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단언컨대, 실기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부채대란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 조속히 체결해 환율 방어선 사수해야
두 번째 미국발 대외 충격은 환율위험이다. 충격의 전이 경로인 환율 방어선이 무너지면 외환발 금융발작을 피할 수 없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위협하는 등 금융위기의 뇌관인 외환 방어선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 증시 역시 외인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 일단 조직적인 자본이탈이 발생하면 환율이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발 자산버블 우려로 올해 상반기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 엔-달러 환율은 –28%, 위안-달러 –13% 절하되는 등 신흥국 전반에 걸쳐 통화약세 기조가 극단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보인다. 분명한 것은 1400원 환율 방어선이 뚫리면, 백약이 무효인 비상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의 안일하고 무능한 정책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 정부는 환율의 잠재적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외평기금'에 손을 대거나, 단기성 투기자본 등 외인자본의 질적 악화 문제를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했다. 더욱이 선참후계 방식의 공매도금지 조치, 금투세 및 주식양도세 폐지 등 질서 없는 증시 제도개선을 추진해 시장 신뢰가 무너지는 부작용을 초래한 바 있다. 시스템 리스크로 진화 중인 환율위험은 결코 정부의 환시 구두 개입, '선물환포지션 한도규제' 등과 같은 일상적인 조치로 진화할 수 없다.
결국, 정부나 한국은행이 쓸 수 있는 카드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조속히 체결하는 것뿐이다. 한·미 통화스와프의 환율 방어력은 2008년 금융위기 사례와 2020년 코로나 사태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2008년에는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1400원대까지 급등했던 환율을 안정시켰으며, 2020년 코로나발 환율발작 때에는 미국과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진화한 바 있다. 반면, 한·미 통화스와프가 종료된 2021년 12월 이후에는 원-달러환율이 1100원대에서 장기 상승 추세로 전환했으며, 최근에는 1400원 방어선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데 정책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한·미 동맹이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 하니, 미국 정부와 연준을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나아가 '무제한·무기한' 상설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당장 5일 주식시장이 개장하자마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코스피는 코로나 이후 4년 5개월 만에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 정지)를 발동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