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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장중 2500선 아래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4.89포인트(2.42%) 내린 2,611.30으로 출발해 장중 7% 넘게 급락하며 2,500 아래로 내려갔다. 코스피 급락으로 오전 11시께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4년 4개월여만에 발동되기도 했다. ⓒ 연합뉴스
글로벌 통화정책이 저금리 주기로 전환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미국발 자산버블, 즉 부동산 및 증시 버블붕괴가 발현할 조짐을 보인다. 거의 모든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 '금리와 부동산경기' 주기가 정점에서 합류하면서 버블붕괴 위험을 극단적으로 높여 놓은 상태다.
버블경제의 생멸주기로 보면, 부채로 쌓아 올린 부동산과 증시버블이 '붕괴'와 '조정'의 갈림길에 서 있다. 문제는 미국발 버블붕괴 위험이 환율 경로를 통해 신흥국 경제를 위협하는 시스템 리스크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방어선을 지속적으로 위협받는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분명한 것은 위기 뇌관인 환율 방어선이 뚫리면, '환율 폭등-증시 폭락-부채충격'으로 이어지는 부채발 경제위기를 막아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은 금융위기에 준하는 전시 상황으로 인식해야 할 때다. 선제적 금리인하와 한·미 통화스와프 조기 체결을 통해 금융충격을 완화하고 민생 위기극복을 위한 특단의 부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급격한 금리인하 타고 넘어오는 '미국발 버블붕괴' 리스크
선험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리주기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구간에서 발생하곤 하는데, 특히 금리와 부동산경기가 정점에서 합류하면 예외 없이 경제위기를 수반했다. 신흥국 환율시장을 때린 1994년 금리주기(1997년 정점 후 충격)도 그랬고, 자산버블 붕괴를 수반했던 2004년 금리주기(2008년 정점 후 충격)도 그랬다. 이는 금리주기가 대략 10년 단위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버블경제의 생멸주기(생성, 확장, 소멸)를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버블의 크기가 합리적 수준이면 단계적 금리인하와 함께 조정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다. 그러나 버블의 크기가 투기적 수준이라면, 빅컷(50bp 인하) 등 급격한 금리인하와 함께 버블붕괴 과정(자산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부채축소과정)을 거치게 된다. 급격한 금리인하가 위험한 이유는 실업률, 주택가격 등 꺾어지는 실물지표의 위력에 밀려 속수무책으로 금리인하를 당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5% 수준의 기준금리가 불과 몇 달 사이에 1%대, 심하면 0%대(2008년 금융위기 사례)까지 떨어지곤 한다. 미국의 버블경제가 부채발 금융위기로 발현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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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격한 금리인하가 위험한 이유는 실업률, 주택가격 등 꺾어지는 실물지표의 위력에 밀려 속수무책으로 금리인하를 당하기 때문이다. ⓒ 송두한
미국의 금리주기는 2023년 7월 정점에 먼저 도달한 후 1년여 동안 8차례에 걸친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주택가격은 10년간의 대세 상승 추세를 유지하며 올해 상반기에 경기 정점에 합류했다. 즉, 미국의 금리주기와 부동산주기가 산 정상에서 합류하며 2008년 버블붕괴 직전과 유사한 경기 구간에 진입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미국의 금리주기는 2007년에 정점을 먼저 찍고, 주택가격은 1년 후인 2008년에 역사적 고점을 갱신하며 정상에서 합류한 바 있다. 이후 주택가격 폭락과 함께 기준금리가 불과 몇 달 만에 5%대에서 '제로금리' 시대로 회귀해 버렸다.
그렇다면, 2008년 금융위기 때와 지금의 버블 크기를 비교해 보자. 가장 정확한 가늠자는 연준 자산이다. 지난 금융위기 때 연준은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등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해 국채와 부실 모기지채권을 사들여 자금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당시 연준 자산은 2007년 1조 달러에서 2008년 2조 달러로 약 2배 정도 증가했다. 연준 자산은 이후 금융위기와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 환경에 힘입어 2019년에는 다시 2배 증가한 4조 달러까지 늘어난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연준 자산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2022년에 9조 달러까지 늘어나며 또다시 2배 이상 증가했다. 즉, 자산버블의 크기로 평가하면,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해 최소 4배 이상 부풀어 오른 것이 맞다. 따라서 미국의 버블경제가 직전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투기적 버블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미국발 버블붕괴가 발현하면, 2021년 1차 충격 이후 안정세를 보이는 부동산 시장이 2차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간 오른 것도 없는 한국증시는 '버블 없는 버블충격'에 직면해 있다. 일례로, 투자자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다우지수에 장기 투자했다면, 최소 400~500% 정도의 누적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불행히도, 같은 기간 코스피에 투자했다면, 은행예금 수준도 안 되는 수익을 거뒀을 것이다. 외인 자본흐름 충격에 취약한 한국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은행, 미국보다 빠른 금리인하 단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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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현지시각) 오후 뉴욕 증권거래소의 모습. 이날 다우존스는 100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후 600포인트 이상의 손실로 마감했고 나스닥은 400포인트 이상의 손실로 마감했다. ⓒ AFP/연합뉴스
미국발 대외 충격이 발현하면 부채발 경제위기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금리주기는 산 정상에 오른 2023년 1월 이후 18개월 연속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선제적 금리인하가 필요한 이유는 코로나부채(가계대출·자영업자대출·중소기업대출) 경착륙을 위해서다. 코로나 민생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최고의 민생부채 대책은 선제적 금리인하를 통해 보편적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코로나부채는 2019년 2441조 원에서 2023년 3329조 원으로 36% 증가했는데, 2019년 이후 발생한 코로나대출 증분만 888조 원에 이른다. 즉, 이 기간에 가계대출은 263조 원, 중소기업대출은 377조 원, 개인사업자대출은 248조 원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곳은 가계부채 트리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자영업자대출 부실화 문제다. 이번에도 한국은행이 실기해 고금리 충격이 장기화된다면, 민생경제는 부실이 추가 부실을 부르는 부채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금리인하 로드맵에 대한 강력한 선제적 안내를 예고하고, 미국 연준보다 빠르게 선제적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금리인하 걸림돌(공공요금 인상계획 중단, 신규대출 총량관리 등)을 철저하게 관리해 금리인하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단언컨대, 실기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부채대란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 조속히 체결해 환율 방어선 사수해야
두 번째 미국발 대외 충격은 환율위험이다. 충격의 전이 경로인 환율 방어선이 무너지면 외환발 금융발작을 피할 수 없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위협하는 등 금융위기의 뇌관인 외환 방어선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 증시 역시 외인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 일단 조직적인 자본이탈이 발생하면 환율이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발 자산버블 우려로 올해 상반기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 엔-달러 환율은 –28%, 위안-달러 –13% 절하되는 등 신흥국 전반에 걸쳐 통화약세 기조가 극단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보인다. 분명한 것은 1400원 환율 방어선이 뚫리면, 백약이 무효인 비상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의 안일하고 무능한 정책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 정부는 환율의 잠재적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외평기금'에 손을 대거나, 단기성 투기자본 등 외인자본의 질적 악화 문제를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했다. 더욱이 선참후계 방식의 공매도금지 조치, 금투세 및 주식양도세 폐지 등 질서 없는 증시 제도개선을 추진해 시장 신뢰가 무너지는 부작용을 초래한 바 있다. 시스템 리스크로 진화 중인 환율위험은 결코 정부의 환시 구두 개입, '선물환포지션 한도규제' 등과 같은 일상적인 조치로 진화할 수 없다.
결국, 정부나 한국은행이 쓸 수 있는 카드는 '한·미 통화스와프'를 조속히 체결하는 것뿐이다. 한·미 통화스와프의 환율 방어력은 2008년 금융위기 사례와 2020년 코로나 사태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2008년에는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1400원대까지 급등했던 환율을 안정시켰으며, 2020년 코로나발 환율발작 때에는 미국과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진화한 바 있다. 반면, 한·미 통화스와프가 종료된 2021년 12월 이후에는 원-달러환율이 1100원대에서 장기 상승 추세로 전환했으며, 최근에는 1400원 방어선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데 정책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한·미 동맹이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 하니, 미국 정부와 연준을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나아가 '무제한·무기한' 상설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당장 5일 주식시장이 개장하자마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코스피는 코로나 이후 4년 5개월 만에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 정지)를 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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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두한 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 송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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