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를 다룬 미국 제작 다큐멘터리 <크러시>
파라마운트플러스
"작가님, 이태원 참사 다큐가 미국 에미상 후보에 올랐어요."
지난 7월 26일 새벽 3시, 그날도 여전히 잠들지 못하던 나는 함께 이태원 참사에 대한 다큐멘터리 <크러시>(Crush)를 작업했던 한국 제작사 피디의 SNS 게시물을 통해 이 다큐가 에미상 뉴스·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게시물을 확인한 이후, 곧바로 피디로부터 에미상 노미네이트를 알리는 메시지가 왔다. 서로가 눈물이 날 정도로 매우 기뻐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개인 SNS에 그 감정을 전하는 것밖에 없었다.
다른 유명한 작품이나, 대형 작품처럼 홍보대행사가 따로 있었다면 이 작품이 에미상에 노미네이트 되자마자 언론에 전달되고 실시간으로 뉴스가 났겠지만 우리에겐 홍보대행사도, 마케팅 전문가도 없었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지만, 한국에서는 방영조차 되지 않는 작품이었기 때문일까.
미국 파라마운트사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크러시>는 지난해 10월 OTT 서비스인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통해 공개되었으나, 한국에서는 해당 콘텐츠에 접근할 수 없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관련 기사 :
이태원 참사 다룬 '크러시', 결국 한국에서 못 본다). <크러시>가 사실상 한국 사람들에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존재조차 모르는 다큐멘터리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체감했다.
그래도, 다음 날 오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누구 하나라도 기사를 쓰지 않으실까. 다른 것도 아니고 미국 최고의 권위가 있는 시상식, 에미상의 후보가 된 것인데. <오징어게임>이 에미상을 휩쓸었을 때, 우리나라 배우가 에미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때, 나라 전체가 들썩이고 다 같이 기뻐하던 장면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바라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유족들조차 모르고 있던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