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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몰고 멀리 갔다 오면 경찰에게 톡이 온다

과태료 부과 통지를 받고 ... 아차 하는 순간 속도·신호 위반, 한눈 팔지 말아야

등록 2024.08.07 08:23수정 2024.08.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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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내와 딸·아들 모두 시간이 난다기에 즉흥적으로 강화도로 떠났다. 한강 옆으로 이어져 있는 올림픽 대로를 달리는데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떠있"었다. 한강 변 우뚝 솟은 빌딩들을 지나 김포를 거쳐 강화도로 들어서자 확 트인 논과 밭이 펼쳐졌다.


불볕더위였지만 즉흥적인 여행의 설렘에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아무튼 이래저래 좋았"다. 산과 들판이 온통 녹색의 향연이었다. 가는 길에 300년가량 된 느티나무가 있는 정자를 발견했다. 나무가 어찌나 큰지 줄기에서 뻗어 나온 나뭇가지들이 도로 위를 덮었다. 

딸이 다니는 회사는 직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 이름을 명함에 새기는데 딸이 고른 나무가 느티나무다. 딸은 연신 느티나무로 고르기를 잘했다며 나무 밑에서 감탄했고 우리 역시 나무의 위용에 경탄했다.

석모대교를 건너 석모도로 들어갔다. 가다 보니 고갯길 옆에 해명초등학교라는 작은 학교가 나왔다. 얼핏 지나가며 봤는데 한눈에도 예쁜 학교였다. 주변의 산과 들판과 잘 어울렸다.
 300년가량 된 느티나무가 있는 정자. 나무가 어찌나 큰지 줄기에서 뻗어 나온 나뭇가지들이 도로 위를 덮었다.
300년가량 된 느티나무가 있는 정자. 나무가 어찌나 큰지 줄기에서 뻗어 나온 나뭇가지들이 도로 위를 덮었다.이진선
 저 멀리까지 갯벌이 펼쳐진 민머루해수욕장의 아침
저 멀리까지 갯벌이 펼쳐진 민머루해수욕장의 아침이준호

마침내 숙소에 도착했다. 우리는 바로 수영장으로 뛰어들어 2시간 가량 물놀이를 했다. 그러고 다시 차를 몰고 강화읍내로 가 일제강점기 방직공장을 카페로 꾸민 '조양방직'에서 차를 마시고,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밤 늦게 숙소로 향했다. 

오는 길에 민머루해수욕장에 들러 밤바다를 보며 해변을 걸었다(우린 다음 날까지도 민머리인 줄 알았다. 왜 이름을 이렇게 지었지? 민머리인 사람만 입장할 수 있나). 다음 날, 아침 바다도 잘 보고 잘 놀고 잘 먹고 잘 정리하고 집으로 왔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 '국민비서 구삐'(행정안전부가 국민의 비서가 되겠다는 취지로 각종 행정 정보를 알려주는 카카오톡 채널)가 카톡을 보내왔다. 경찰청이 보낸 거였다. 안녕, 너 고지서 나왔어.
 국민비서 구삐에서 보낸 카톡
국민비서 구삐에서 보낸 카톡이준호

 경찰청이 보낸 고지서
경찰청이 보낸 고지서이준호

이런 된장, 13만 원!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아무튼 이래저래 좋았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어디야, 어디냐고? 읽어봤더니 '얼핏 지나가며 봤는데 한눈에도 예뻤던' 해명초등학교 앞이었다. 그랬구나. 얼핏 지나가며 보다가 신호 무시하고 계속 갔구나.고지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위반운전자 확인 : 범칙금 120,000원(벌점 30점)위반운전자 미확인(벌점 없음) : 과태료 130,000원

고지서 '전문가'로서 혹시 모르는 분을 위해 알려드리자면, 과태료는 무인카메라에 적발되는 경우 물게 되는 벌금으로 차를 운전한 운전자와 상관없이 명의자에게 부과된다. 범칙금은 경찰관에게 직접 적발돼 차 명의자와 상관없이 운전자에게 직접 부과된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참조).


최근 들어 우리 집은 차를 몰고 좀 멀리 갔다 싶으면 경찰청에서 톡이 온다. 지난 설에는 처가인 경남 거창에 다녀오는 길에 내려갈 때 무주 덕유산 고갯길에서, 올라올 때 무주 스키장 근처에서 속도위반으로 '딱지'가 두 개 날아오기도 했다.

누가 보면 꽤 속도 내는 줄 알겠지만 규정 속도 넘어 달린 적은 거의 없다. 속도가 높아지면 차도 떨고 나도 떤다. 다만 국도에서 달릴 때가 문제다. 규정 속도 60으로 달리다 보면 어느새 마을주민보호구역이라 해서 속도가 50, 어린이보호구역이라 해서 30, 노인보호구역이라 해서 50으로 시시각각 바뀐다. 내비게이션이 그때그때 제한속도를 알려주지만 어떤 곳은 내비게이션과 도로표지판의 제한속도가 다른 곳도 있다. 한눈 팔면 속도 위반하는 것이다.

물론 운전할 때 한눈 팔면 안 되지만 집중력의 한계로 혹은 아름다운 곳이 나타나면 나도 모르게 눈이 돌아가 아차 하는 순간에 속도 위반, 신호 위반을 하게 된다.

"이번 여행 경비는 한 40만 원 들겠다.""그래? 그럼 최종 46만 원 나오겠군."

"왜?""속도위반 고지서 날아올 테니까."

이제는 여행 경비에 과태료가 기본값이 됐다. 정신 바짝 차리고 운전해야겠다.
#고지서 #과태료 #범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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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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