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수국
최승우
화려한 봄나들이를 꿈꾸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퍼붓는 빗줄기에 온 세상이 흠뻑 젖었다. 한낮의 햇빛은 강렬함을 넘어 적색의 뜨거움으로 온몸을 불사른다. 세상은 여전히 변함없이 순환하고 여름의 한가운데 우리는 서있다.
계절을 앞서간 식물원의 꽃들은 화려한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푸르른 수수함으로 변했다. 식물원 밖 야외 정원에는 나무수국이 탐스럽고 풍성한 흰색 아름다움을 전한다. 찌는듯한 무더위에 시위하듯 쏟아지는 분수대의 물줄기는 더위로 지친 몸을 식혀준다. 하얀 물거품과 하나가 된 아이와 부모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놀이 삼매경이다.
"나 잡아봐라"라는 듯 도망가는 아이와 잡으려는 아빠의 술래잡기가 정겹고 사랑스럽다. 동화적 시간이 주는 즐거움은 기억 너머 저편의 아버지와의 물놀이를 소환한다. '추억은 아름답다'는 말처럼, 아이와 부모의 해맑은 웃음 속에 나 또한 입꼬리가 올라간다. 여름은 그렇게 불타는 자신을 표현하고 사람들은 계절 속의 배경으로 혹은 주인공으로 한여름의 풍경은 다채롭다.
여름 한가운데의 전주 정원문화 센터도 식물 클리닉, 베란다 정원 가꾸기, 반려 식물 만들기, 정원 산책, 우리는 도시 농부, 놀이 정원사, 국화 분재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정원을 가꾸는 것이 시민의 삶이며 문화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정원 도서관은 신간 도서의 구매로 방문객에게 앎과 덕스러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도서관의 수반 속 '요정 숲'에는 물매화, 귀이개, 마디 속세, 이끼와 작은 바위 등이 신비로운 세계를 연출해 우리를 잠시 현실 밖 피안의 세계로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