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난관출국장에서 부모님을 만날 수 없는 상황이 생겨버렸다.
한성은
이것도 여행이려니 생각하고 캠핑카에서 고래의 'Let It Go'를 들으며 커피를 홀짝이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 출국장 앞에서 아들 내외와 손녀를 찾기 위해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헤매고 있을 부모님을 생각하니 여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공항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면 되지만, 첫 화면이 독일어로 되어 있어서 접속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차린 한정식
그때 반가운 카톡 소리가 울렸다. 부모님은 벌써 공항에 도착해서 휠체어와 수하물도 다 찾았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유튜브를 보고 계신단다. 아버지 덕분이었다. 장애인은 인천 공항에서 티케팅 할 때부터 목적지에 도착해 수하물을 찾아 출국장을 나올 때까지 공항 직원들의 안내를 받는다. 그리고 부모님은 영어를 못하시지만, 요즘 사용하는 한국어에 이미 영어가 많으니 상황 맥락과 손짓발짓만으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셨다.
'휠체어 찾아야 해요. 내 캐리어가 없어요. 카트가 필요해요. 인터넷 연결해주세요.'
외국인이라고 지레 겁먹고 회피하지만 않는다면, 대한민국 할머니 할아버지 누구나 공항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최근에는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와 '토일렛(toillet)'을 배웠다. 엄마는 그 두 단어로 노르웨이에서 태국 할머니와 친해졌고, 덴마크의 빵 공장 직원에게 부탁해서 화장실을 마음껏 이용하셨다.
모든 일정이 늦어졌지만, 결국 우리는 저녁 늦게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부모님을 태웠다. 승강장까지 나와 계신 부모님을 차에 바로 태우고 주차장을 빠져 나왔는데 주차비는 5유로(7500원)였다. '5분 이내 무료'는 보편적인 룰이 아니었던가? 인색하다고 생각하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공항이 부모님을 몇 시간이나 보호해주고 있었으니까 그저 감사해야지.
공항을 빠져 나와 북쪽으로 달렸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공항에서 1,000km 떨어진 덴마크 북쪽 끝에 있는 히르트스할스(Hirtshals) 항구였다. 다음날 오후 6시에 덴마크에서 노르웨이로 가는 피오르 라인(Fjord Line) 페리가 예약되어 있었다.
낮에 고속도로에서 보낸 시간 때문에 일정이 늦어져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첫 저녁 식사를 했다. 엄마가 잠깐 이것저것 뚝딱뚝딱하더니 한정식 집에서 받는 밥상이 차려졌다. 독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삭아삭 하는 고추를 쌈장에 찍어 먹을 줄이야. 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