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길에 만난 동해안의 풍경자전거 길은 언제나 신비스럽다. 자연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풍경을 찾아 멈출 수 없는 자전거길이다. 자전거길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이겨낸 후에 만나는 통쾌함, 언제나 잊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쉬운 일이 없는 하루하루, 하지만 도전 속엔 늘 즐거움이 있기에 오늘도 또 도전과 해냄을 반복한다.
박희종
삶은 녹록지 않은 맞바람이었다
숨이 멎기 직전까지 근육을 소진한 언덕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야, 바람이 이렇게 시원하구나! 고단함을 이겨내고 느껴보는 상쾌함이다. 마라톤과 자전거에서 또 삶에서도 늘 맛바람이었지만, 고단함을 버티어 낸 후 만나는 상쾌함은 상상할 수 없이 통쾌했다.
친구들과 더불어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 자전거에 오르며 오늘도 바람을 가늠해 본다. 바람이 밀어주지는 못해도 맞바람만 아니었으면 하는 기대감에서다. 대수롭지 않은 듯한 작은 바람도 대단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견딜 수 없는 막바지에서 만나는 바람의 위력도 대단하기 때문이다.
친구가 세상에 쉬운 일은 한 개도 없단다. 얼른 끄덕거렸다. 사람 관계가 쉽지 않고, 만나는 일들이 녹록지 않다. 복잡한 세상살이가 편안하게만 되진 않았다. 가족 간에도 얼굴을 붉히는데, 남과 함께 사는 세상이야 말하면 뭐 하겠는가? 세상에 쉬운 일은 한 가지도 없었다.
삶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색소폰을 배우면서, 시원한 음에 절망했고 반박자 길이에 좌절했다. 음을 찾아내려는 지하실 겨울훈련은 고단했다. 같은 음을 진저리 나도록 반복하며 그 소리를 찾아냈다. 반 박자 길이에 좌절하면서도 수없이 연습을 했다. 어림도 없는 반박자의 길이는 드럼으로 알아내야 했다. 정확한 한 박자 반을 터득하며 고충 속에 감동이 있음을 확인했다.
반박자를 찾기 위한 드럼도 수월한 듯 고단했다. 머리와 눈이 별개여야 했고, 오른발과 왼발 그리고 오른손과 왼손이 달리 해야 했다. 초보자가 감히 생각도 못했던 어려운 속도, 한 박자를 나누고 또 나누어야 하는 드럼이었다. 역시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늙어가는 세월에 비례해 배움의 고단함은 올라갔다.
7번 국도의 자전거 길은 잊지 못할 추억이다. 고단하고도 어려운 길, 포항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갈 수 있을까? 다시 할 수 있을까를 알아보고 싶었다. 굽이 굽이 고갯길은 어려움과 시련이었다. 훈련되지 않은 체력이 그리고 준비 못한 물건들이 아쉬웠다. 고통을 이겨내고 통일 전망대에서 만난 희열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는가? 세상은 힘들어도 고단함이 있어 즐거움이 있었다.
자전거길에 만난 이방인, 부산에서 통일 전망대를 걸어간단다.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을까를 확인하고 싶어 출발했단다. 정동진쯤에서 만났으니 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했다. 하지만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이방인, 기어이 성취해 낸 다음의 희열을 찾아 한 발작씩 떼어 놓는 것이었다. 고단함이 있어 성취 기쁨을 가질 수 있다. 힘든 고갯길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자전거길이기에 더 소중한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