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고 있는 홍고추와 기계로 고춧가루 빻는 모습(위), 빻아 놓은 고춧가루와 병이 든 고추(아래)
곽규현
그럼에도 고추는 우리의 음식 요리에서 쓰임새가 아주 많은 작물이라 텃밭 농사를 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꾸고 싶어 한다. 나도 매운 음식을 좋아하기에, 고추는 나의 '최애' 작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풋고추는 생으로도 즐겨 먹고, 고추 잎은 무쳐서도 먹는다. 홍고추는 빻아서 고춧가루를 만들어 요리하는 데 향신료로 쓰고, 무엇보다 김치를 담그는 데는 필수적인 양념 재료가 된다. 그래서 나도 매년 심어서 가꾸고 있으나 병해충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가 고민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병충해 방제에 필요한 농약을 치는 것이다.
하지만 '친환경 유기농'을 해 보겠다고 시작한 취미농사인데, 농약 살포는 유기농을 포기하는 것이라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렇다고 텃밭 농사의 주요 작물인 고추 재배를 그만두고 싶지도 않다. 처음 농사를 짓던 초기에는 농약을 치지 않고 고추를 가꾸어 보겠다고 덤벼들었다가, 결국 고추에 병이 드는 바람에 수확을 거의 하지 못하고 농사를 망쳤다.
나보다 먼저 농사를 짓던 선배 텃밭 농부들은 병해충 때문에 고추는 농약을 치지 않고 재배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아내도 시중에 나오는 고추는 농약을 더 많이 칠 텐데, 적당히 농약을 치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친환경 무농약 유기농을 해 보겠다고 호기롭게 덤비던 기세는 꺾이고, 슬그머니 현실과 타협하고 말았다. '그래, 고추 농사를 포기할 수는 없고 농약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치자' 하는 마음으로, 병충해의 징후가 보일 때만 재배 기간 동안 두세 번 정도로 농약을 치고 있다. 농약을 몇 번 친다고 병충해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수확은 하는 편이다.
그래도 마음은 편하지 않다. 빨갛게 익어가는 홍고추를 수확하고 말리면서 유기농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어떻게 하면 고추도 무농약으로 키워서 음식의 풍미를 더할 수 있는 고춧가루로 빻을 수 있을까.
현실 알지만... 그래도 건강한 농작물 키우고 싶은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