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시 남포면 월전리 한 농장에서 발견된 황국신민서사비가 보령문화의전당 야외 주차장 옆 잔디밭에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안내판이 없어 어떤 의미의 비인지 알기 어려웠다.
임재근
하지만 우연히 발견된 황국신민서사비가 무관심 속에 제대로 관리되지 않거나 방치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지난 2012년 11월에 충남 보령시 남포면 월전리 한 농장에서 발견된 황국신민서사비는 옛 대천역 자리에 보령문화의전당이 들어서면 그곳에 '홀대 전시'를 할 거라 예고했으나, 야외주차장 옆 잔디밭에 안내판도 없이 그냥 눕혀져 있어 조경용 돌덩이로 착각이 들었다. 그곳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어떤 비석인지 물어봐도 아는 이가 없었다.
특히 황국신민서사지주(皇國臣民誓詞之柱)라고 쓰인 부분이 바닥을 향하고 있다 보니, 가까이 가서 확인해도 눈에 들어오는 글자는 皇紀二千六百年記念(황기2천6백년기념) 뿐이어서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무슨 의미인지 알아내기 어려웠다.
황기(皇紀)는 초대 천황인 진무 천황의 즉위년을 원년으로 하는 일본의 기년법으로, 황기 2천 6백년은 1940년을 의미한다. 일제는 1940년에 황기 2천 6백년을 기념해 조선을 일본에 완전히 통합하고자 내세운 내선일체(內鮮一體) 표어와 함께 대대적인 황국신민화 정책을 추진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학교에 황국신민서사비를 세우는 것이었다. 서사비가 발견된 월전리의 농장은 일제강점기 월전간이학교가 자리했던 곳이었기 때문에 학교에 세워진 서사비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