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일을 하다보니 다양한 작업환경을 만나게 된다.
정누리
내게는 꽤나 독특한 친구들이 있다. 그들 중 몇몇은 학창 시절 공부를 잘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다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내 일을 찾겠다"고 한결같이 말한다는 것이다.
개발을 따로 공부하거나, 어플리케이션을 배포하고, 밤을 새워 온라인 비즈니스 사이트를 구상하는 등, 여러 가지 활동에 열중한다. "한 회사가 평생 우리를 책임져 줄 수는 없다." 이 말에 많은 또래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그들 중 일부는 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이 되기를 꿈꾼다. 단순히 노동을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양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나이가 들어서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를 원한다. 그것이 꼭 당장의 이익과 직결되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요즘 청년들은 부모님 세대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한다. 정정한 신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년 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모습을 보며, 평생 원하는 일을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기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양한 경험을 쌓고자 하는 것이다. 때로는 그것이 '부업'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주말마다 물류센터 단기 알바를 나가는 친구들도 있다. 이들은 달에 5~6번만 일해도 내야 할 월세 정도는 세이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 이후 불안정해진 수입 때문에 시작한 일이지만, 처음에 느꼈던 '노가다'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은 사라졌다고 한다. 오히려 경제적인 이점 외에도 다양한 긍정적인 경험을 하고 있다고.
회사에서는 주로 사무직으로 앉아 있는 시간이 많고, 주말에도 집에만 있으면 몸이 무거워지기 일쑤다. 하지만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동안은 몸을 움직이며 활동하니 잡생각도 사라지고, 정신적으로도 훨씬 가벼워진다는 얘기였다.
또한, 큰 규모의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급여 계산이 정확하고, 급여도 익일에 지급된단다. 일용직의 특성상 일정 조절이 가능해, 다른 서비스업 알바처럼 대타를 구할 필요 없이 마음이 편하다. 무엇보다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일하면서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되니, 시야가 넓어지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급전이 필요할 때 과거 어른들은 전당포를 찾았겠지만, 오늘날의 청년들은 물류센터 일용직 알바를 선택하는 게 보편화됐다. 부업도 이제는 매뉴얼화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