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차림과카몰리와 단호박 그릭요거트케이크만 없었어도, 그대로 출근했을 것을...
남희한
며칠 전 출근길,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오디오를 듣고는 아침 식단이 달라졌다.
그러니까, 첫 끼를 단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생각보다 우리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를 듣고나서 부터다. 얇은 귀로 인해 삶이 쉽게 바뀌는 편이랄까.
내가 들은, 실로 간단한 원리는 이랬다. 일단 당이 포함된 음식을 하루의 시작인 아침에 먹는다. 혈당이 폭주한다. 높아진 혈당에 맞게 몸이 음식을 갈구한다. 폭식을 한다.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몸이 제대로 쉬지 못하고, 나중엔 수면의 질도 떨어진다. 결국 잘 자고 일어난 뒤에도 피곤함을 느낀다. 또 다시 당이 당긴다.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니까 활기찬 생활을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자야' 하는데, 그 단순한 패턴을 위한 핵심키가 '아침 첫 끼'라는 것이다. 유일한 정답이 아닌 줄은 알면서도 나는 이 말에 매우 공감했고, 바로 실천에 돌입했다.
해당 오디오를 아내에게 공유한 뒤로는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안 그래도 아이들이 즐겨 찾던 시리얼로 아침을 준비하는 것이 고민이었던 아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과채 위주의 식단을 차려냈다.
먹기 좋게 오이와 당근, 파프리카를 스틱 형태로 잘라 담는다. 신선한 채소에 견과류나 치즈를 얹고 드레싱을 뿌려서 넘치도록 샐러드를 만든다. 여기에 각종 과일을 준비하고 오일에 살짝 구운 방울토마토나 생토마토를 추가하면 대략의 아침상이 꾸며진다.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지만 아내는 성에 차지 않는지 항상 플러스알파를 더 준비한다. 버섯이나 두부가 있을 때는 오일에 굽고 단호박이 있을 때는 쪄서 요거트를 올린다.
여기에 플러스감마가 되면 빵이나 각종 소스들이 함께 준비되는데, 그럴 때면 호텔 조식을 마주한 듯한 착각에 묘한 기분을 느낀다. 뜻하지 않은 반차를 쓴 것도 이 덕분이다. 아내 덕분에 여러 경험을 한다.
달라진 아침 풍경, 20분 일찍 일어나는 아이들
"일어나세요~"
아내의 기상 알람에 아이들은 프린터에서 A4 용지가 나오는 것 마냥 침대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자리를 잡는다. 전날 준비해 둔 옷에 겨우 들어간 아이들이 식탁에 도달하면, 이제 시리얼 대신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는 과채가 기다리고 있다.
뭐라도 먹여야한다는 부모의 의무감과 뭐라도 먹어야 한다는 아이들의 책임감을 덜어주는 최선의 선택이 시리얼이었다. 옥수수로 만든 달짝지근한 시리얼은 약간의 영양분과 맛을 제공함으로써 아침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설탕발린 시리얼이 설 곳은 없다.
처음엔 당황했던 아이들도 점차 풍성하게 차려진 아침식탁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정성스럽게 차려진 식탁에 대접받는 느낌은 당연한 것. 그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듯 아이들은 이내 적응했다.
파프리카는 조금 적게 먹고 두부는 많이 먹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지만, 일단은 준비된 모든 음식을 앞 접시에 담아간다. 이전엔 귀찮은 듯 시리얼을 뜨던 아이들의 손이 요즘엔 제법 분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