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펜싱 경기가 열렸던 그랑 팔레 내부
김남주
약 36년이 흘렀다. 이제 막 프랑스 파리 올림픽이 마무리되었다. 선수촌 숙소에는 에어컨이 없고 골판지로 만든 침대를 비치해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파리 올림픽은 '탄소중립', '친환경' 대회를 열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했다. 비건 지향의, 프랑스 원산지 식재료를 쓴 식단 구성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개발과 건설 바람이 휩쓸었던 88올림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필자는 도시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에 주목했다. 친환경 올림픽을 열기 위해 경기장 조성 과정에서 도시를 활용하는 법이 돋보인다. 경기장 중 95%는 기존 시설, 임시 시설을 활용했고 선수촌과 수영장 등만 친환경적 재료인 목재로 신규 건설했다고 한다.
첫째, 하나의 장소를 다목적 장소로 사용한다. 파리 올림픽 펜싱과 태권도 시합이 열린 그랑 팔레(Grand Palais)는 영국 런던의 수정궁에서 영감을 받아 건축되었다고 한다. 본당은 무려 6000톤이 넘는 강철이 사용되었으며 천장은 유리로 되어 있고 천장고가 매우 높다. 강철과 유리는 19세기 무렵 건축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재료다.
그랑 팔레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건립된 건축물이다. 이후로 스포츠뿐만 아니라 예술 행사와 전시회 등 연중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1937년 프랑스 펜싱 선수권대회가 처음 열렸고, 이후로 체조, 높이뛰기, 승마 경기도 열렸다.
수영 경기가 열렸던 라 데팡스 아레나(Paris La Défense Arena)도 다목적 건축물이다. 개장 이후 공연, 컨벤션 및 세미나, 프로 럭비 경기가 열렸다. 이렇게 다용도 목적으로 건축물을 사용하게 되면 새로운 건축물을 짓지 않아도 되니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겠다.
둘째, 오래된 역사 건축물을 배경으로 임시 시설물을 설치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앵발리드(Invalides)는 양궁과 육상 사이클 경기가 펼쳐진 장소다. 개인적으로 올림픽 경기장 중 가장 인상 깊은 경기장이다. 양궁 경기 중계화면을 볼 때마다 멋진 건축물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