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짝을 이룬 파란하늘
박서진
웅장한 계곡물소리는 고요한 숲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바위와 자갈에 막혀 길 잃은 물길의 트림 소리에 어릴 적 마당 한가운데 설치한 펌프가 소환된다. 물 한바가지의 마중물이 땅 속 물을 끌어올릴 때 그 찰나의 짜릿한 손맛! 손을 움찔하며 실없이 깔깔 거렸다.
오가는 이 없으니 너털웃음이 부끄러움을 잊는다. 그늘진 숲길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가느다란 볕이 먼지처럼 뿌옇다. 나도 모르게 손사래를 치니 햇빛이 돌 맞은 물방울처럼 사방으로 튀어 반짝인다.
숨을 길게 내뱉으며 호흡을 정리한다. 하늘을 올려보니 배부른 햇님이 나뭇잎을 풍성하게 한다. 숲길이 달라진 듯하다. 오랜만이라 착각일 수 있겠지만 기억속 길이 아니다. 잦은 폭우에 무너진 흙길 위로 박힌 돌과 쓰러진 나무를 피해 또 다른 길이 생겨난 건 아닐까?
그러나 길의 본질은 변함 없으니 발길이 자연스레 옮겨진다. 눈부심이 강렬해진다.햇살이 유난히 비치는 그곳이다. 천동 쉼터가 코앞이라는 표지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