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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민생에 냉혹하기 짝이 없는 이유

[진단] 기본에 충실한 '먹사니즘' 정책으로 부자감세 중독 치유해야

등록 2024.08.21 06:51수정 2024.08.2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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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 가계대출이 20조원 넘게 늘어났지만, 2금융권에서는 12조원 넘게 줄어드는 등 한파가 거세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20조원 넘게 늘어났지만, 2금융권에서는 12조원 넘게 줄어드는 등 한파가 거세다.연합뉴스

건국 이래 경험하지 못한 '부자 감세 광풍'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세수 펑크로 바닥을 드러낸 나라 곳간도, 금융위기에 준하는 민생 대란 사태도 신념으로 무장한 정부의 기업·자본 편향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이다.

기획재정부는 세율·과표·공제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상속세 감세 밥상을 차리느라 여념이 없다. 대주주 주식양도세는 사실상 폐기된 상태고, 금융감독원장이 공장 폐수에 비유한 금융투자소득세는 생사조차 불분명하다. 또한, 기업벨류업 프로그램에 기업 감세 옵션을 추가로 탑재하고, 3주택 이상 투기자가 갈망하는 다주택 중과 폐지도 포기할 줄을 모른다. 이 모든 게 중산층을 위해 필요하다면서도 민생회복지원금과 같은 내수진작책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포퓰리즘으로 규정해 버린다.

반면, '먹사니즘''('먹고살다'와 이념을 뜻하는 'ism'의 합성어) 관련 조세 정책은 감세는커녕 부자 감세 공백을 서민 증세로 메워야 할 정도로 냉혹하기 짝이 없다. 일반 국민이 과세 대상인 부가세도 그렇고, 물가조차 반영하지 못해 자연 증세 함정에 빠진 근로소득세도 그렇다.

이처럼 정부가 시대적 조류인 부자 증세에 역행하고, 코로나 부채 등 시장 실패에 철 지난 시장주의 이념을 강조하고, 민생 위기에 긴축으로 대응하는 악순환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이쯤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이 우경화되면서 중산층과 서민 경제를 타격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먹사니즘' 위협하는 관치노믹스 함정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7월 26일, 2024 세법 개정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7월 26일, 2024 세법 개정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제 정책이 이념적 성향에 따라 좌나 우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그렇다고 일반 국민이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기 쉽지 않다. 기껏해야 선별과 복지를 놓고 이념 논쟁을 벌이다 적당히 타협하는 정도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이 관치와 대립할 땐 최저임금 이슈로 침소봉대해 진화하고, 윤 정부가 기업 주도 성장을 강조할 땐 전면에 나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것이 경제 권력을 장악한 기재부가 정권을 넘나들며 관치의 시장 지배력을 확장해 나가는 방법이다. 어차피 재정과 정책 지도를 그리는 설계자는 경제 권력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관치(官治) 철학은 기업과 자본에 기운 시장주의 이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윤 정부의 경제정책이 유독 기업과 자본에만 한없이 관대하고 민생 분야에 냉혹하기 짝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관치의 대상은 언제나 기업과 자본이고, 중산층과 서민 경제는 낙수 효과에 의존하는 종속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민생 경제가 직접적인 정책 타깃이 아님은 정책 기조를 반영하는 키워드인 건전 재정, 부자 감세, 선별 복지, 노동·교육·연금개혁 등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즉, '먹사니즘'은 정책 대응이 필요한 경제 분야가 아니라, 정책 실패 시 선별로 구제하는 지원 대상 정도일 것이다. 정부가 늘 취약 계층을 강조하면서도 문제의 본질을 관통하는 내수 진작책이나 소득 보전 대책을 내놓지 않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더 큰 문제는 관치의 검증된 무능이 부자 감세 신념과 결합하면서 거의 모든 경제 정책이 우경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기업이 곧 국가'라는 극단적인 시장주의 신념이 민생 경제의 근간을 훼손하는 사례들을 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경험하게 된다.


일례로, 정부는 기업 확장 재정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건전 재정을 국정 기조로 격상해 고강도 민생 긴축 재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관치의 눈으로 보면, 낙수 효과가 곧 민생 대책이기 때문이다. 기업과 자본시장에 힘을 실어 주기만 하면, 언젠가는 성장의 과실이 민생 경제 혈맥을 타고 흐른다는 것이다. 다만, 그때까지는 중산층과 서민 경제가 조금 힘들어도 고통도 감내해야만 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소간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이다. 하여, 작금의 민생 대란 위기도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2월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재계 총수들과 함께 떡볶이 튀김과 빈대떡을 맛보고 있다. 오른쪽 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윤 대통령, 박형준 부산시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2023.12.6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2월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재계 총수들과 함께 떡볶이 튀김과 빈대떡을 맛보고 있다. 오른쪽 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윤 대통령, 박형준 부산시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2023.12.6연합뉴스

대통령의 과거 발언들은 이념 편향에 무너지는 '먹사니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생 확대 재정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자, 돈을 풀면 물가 때문에 서민이 다 죽는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고물가·고금리 충격이 목전으로 다가오는데, 미친 공공요금 인상을 단행해 공공발 물가 대란 사태를 초래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이 소비 진작을 위해 민생회복지원금을 제안하자, 대통령이 "25만 원 줄 거면 차라리 10억씩, 100억씩 주는 게 낫다"라고 직접 비판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가 먹사니즘 문제에 근본 대책이 아닌, '대책 없는 비판'으로 일관하는 이유도 극단적인 시장주의 이념(낙수 효과에 대한 망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관치의 부자 감세 전략은 간단하다. 정부가 미끼를 던지고 야당이 물면 판을 뒤집어 버리는 전략이다. 일례로, 1주택자 종부세의 부당함을 제기하고 일부 야당 의원이 동조하면, 종부세 전면 폐지로 프레임을 전환해 버린다.

따라서 기재부를 축으로 구조화 된 경제 권력을 개혁하지 않는 한, 친기업 편향이 정권을 넘나들며 확대·재생산되는 악순환 경제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경제 권력 개혁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도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관치의 정책 뿌리를 하나씩 뽑아내는 각개 격파 전략이 필요할 때다.

건전재정 중독, 내수진작 및 소득보전대책으로 돌파해야

내수 경제는 정부가 "민생 확대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지표로 보는 경제 지표는 사실상 금융 위기나 마찬가지다. 2019년 이후 발생한 코로나 부채(가계대출, 자영업자대출, 중기대출) 증가분만 1000조 원에 육박하는 등 부채 위기를 예고하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또한, 경제가 성장해도 실질 소득이 감소해 소비 불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장기화되고 있다.

윤 정부 들어 근로자 실질임금은 2022년 -0.2%, 2023년 -1.1% 등으로 2년 연속 역성장하는 최악의 소득 충격을 경험했다. 올해도 실질 임금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먹사니즘' 기반의 정책 전환이 선행되지 않는 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민생 대란 사태를 피할 길이 없다. 설령, "민생 확대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서도 코로나 이전의 균형으로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기업 뺀 건전 재정" 중독에 빠진 상태다. 작년 법인세 감소분 24.6조 원에 올해 상반기 감소분 16.1조 원(전년동기대비)만 합쳐도, 민주당이 제안한 25만 원의 민생지원금을 3번 추진하고도 남을 재원이 그냥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반면, 부자 감세 공백을 서민 증세로 메우는 기울어진 조세 정책은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2년간 거의 모든 세수가 급감했는데도, 유독 근로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경기 불황의 파고를 뚫고 견고한 증가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2000만 근로자가 대상인 근로소득세는 물가도 반영하지 못해 자연 증세 함정에 빠진 지 이미 오래고, 서민에게 더 무거운 부가세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소비 불황의 늪에 빠진 먹사니즘이 코로나보다도 더 무섭게 다가오는 이유다.

정부가 이념에 중독된 정책 수렁에서 빠져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본질을 관통하는 먹사니즘으로 정면 돌파하는 것뿐이다. 먼저, 민생 확대재정의 틀 안에서 민생회복지원금 정책부터 추진해야 한다. 그게 선별이든 보편이든 무조건 하는 게 중요하고, 포퓰리즘이라도 하는 게 좋고, 먹사니즘이면 더욱 좋다. 더불어, 폐기 수순에 들어간 지역화폐 예산 복원, 자영업자·소상공인 직접 및 간접 지원방안, 근로소득세법 개정, 코로나부채 대책 등이 정부 정책의 우경화를 막아낼 대안들이다. 물론, 주어진 경제 상황이 보편 위험이면 보편으로, 선별 충격에 노출되었다면 선별로 지원하면 그만이다.

부자 감세 공백 결국 서민 증세로 채워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조 원 넘게 증가하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홍보물이 붙어있다.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조 원 넘게 증가하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홍보물이 붙어있다.연합뉴스

국정 철학으로 승화한 부자 감세 신념은 중장기 균형 재정을 훼손하는 구조적 요인인데, 그 중심에 법인세 보편 감세가 있다. 정부가 낙수효과에 대한 망상에 사로잡혀 기업이기만 하면 누구나 감세 축제에 참여할 수 있다. 상속세 및 법인세 감세, 종부세 중과 폐지, 대주주 주식양도세 사실상 폐지, 금투세 폐지, 기업벨류업을 통한 추가 감세 등 이 순간에도 광범위한 부자 감세 로드맵이 작동하고 있다.

이처럼 너무나도 과도한 친기업·친자본 편향으로 법인세발 재정 충격이 장기화·구조화된다면, 결국 부자 감세 공백을 서민 증세로 메우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나라 곳간은 바닥을 보이는데, 중산층과 서민경제의 조세 부담이 늘어나는 지금의 상황이 그렇다. 법인세 세수는 2022년 103.6조 원에서 2023년 80.4조 원으로 무려 23조 원 이상 감소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16.1조 원이나 덜 걷혔다. 반면, 지난 십여 년간 오직 증세의 길만 걸어 온 근로소득세는 2022년 57.4조 원에서 2023년 59.1조 원으로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도 급증세를 유지하고 있다. 관련 데이터는 "법인세 보편 감세·근로소득세 자연 증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람직한 기업 주도 성장은 법인세 보편 감세를 선별 감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중장기 균형 재정의 틀 안에서 고용 투자와 생산 분야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선별로 감세를 제공해야 구조적인 세수 펑크 사태를 막을 수 있다. 따라서 현행 법인세율은 이전 정부 수준으로 정상화하고, 적격 기업을 선별 감세로 지원하는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기업은 늘 보편이고, 중산층과 서민 경제는 늘 선별이어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관치에 병든 시장주의 이념일 따름이다.

두 번째 먹사니즘 정책은 증세 호구로 전락한 근로소득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2000만 근로자는 세율 구간이 물가조차 반영하지 못해 실질소득은 그대로인데 세금이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근로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해 만성적인 자연 증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법인세처럼 감세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도입한 제도라 기재부가 좋아하는 글로벌 표준에도 부합한다.

기재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근로소득세 증세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근로자는 관치의 정책 파트너가 아닐뿐더러, 현행 체제가 세수 목적에 매우 부합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근로자의 증세 부담도 법인세 감세 낙수 효과로 근로소득이 늘어나면 해결된다는 기적의 논리를 펴고 있다. 즉, 어려워도 참고 견디다 보면 언젠가 낙수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법인세 선별 감세와 근로소득세 물가연동제로 관치의 정책 뿌리인 부자 감세 이념을 뽑아내야 하는 이유다.

 송두한 전 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송두한 전 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송두한

덧붙이는 글 글쓴이 송두한은 전 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입니다.
#민생 #먹사니즘 #윤석열정부 #관치노믹스 #부자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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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한 박사 ㆍ국민대학교 특임교수 ㆍ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ㆍ전) 농협금융연구소 소장 ㆍKDI 경제정책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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