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2월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재계 총수들과 함께 떡볶이 튀김과 빈대떡을 맛보고 있다. 오른쪽 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윤 대통령, 박형준 부산시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2023.12.6
연합뉴스
대통령의 과거 발언들은 이념 편향에 무너지는 '먹사니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생 확대 재정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자, 돈을 풀면 물가 때문에 서민이 다 죽는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고물가·고금리 충격이 목전으로 다가오는데, 미친 공공요금 인상을 단행해 공공발 물가 대란 사태를 초래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이 소비 진작을 위해 민생회복지원금을 제안하자, 대통령이 "25만 원 줄 거면 차라리 10억씩, 100억씩 주는 게 낫다"라고 직접 비판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가 먹사니즘 문제에 근본 대책이 아닌, '대책 없는 비판'으로 일관하는 이유도 극단적인 시장주의 이념(낙수 효과에 대한 망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관치의 부자 감세 전략은 간단하다. 정부가 미끼를 던지고 야당이 물면 판을 뒤집어 버리는 전략이다. 일례로, 1주택자 종부세의 부당함을 제기하고 일부 야당 의원이 동조하면, 종부세 전면 폐지로 프레임을 전환해 버린다.
따라서 기재부를 축으로 구조화 된 경제 권력을 개혁하지 않는 한, 친기업 편향이 정권을 넘나들며 확대·재생산되는 악순환 경제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경제 권력 개혁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도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관치의 정책 뿌리를 하나씩 뽑아내는 각개 격파 전략이 필요할 때다.
건전재정 중독, 내수진작 및 소득보전대책으로 돌파해야
내수 경제는 정부가 "민생 확대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지표로 보는 경제 지표는 사실상 금융 위기나 마찬가지다. 2019년 이후 발생한 코로나 부채(가계대출, 자영업자대출, 중기대출) 증가분만 1000조 원에 육박하는 등 부채 위기를 예고하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또한, 경제가 성장해도 실질 소득이 감소해 소비 불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장기화되고 있다.
윤 정부 들어 근로자 실질임금은 2022년 -0.2%, 2023년 -1.1% 등으로 2년 연속 역성장하는 최악의 소득 충격을 경험했다. 올해도 실질 임금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먹사니즘' 기반의 정책 전환이 선행되지 않는 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민생 대란 사태를 피할 길이 없다. 설령, "민생 확대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서도 코로나 이전의 균형으로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기업 뺀 건전 재정" 중독에 빠진 상태다. 작년 법인세 감소분 24.6조 원에 올해 상반기 감소분 16.1조 원(전년동기대비)만 합쳐도, 민주당이 제안한 25만 원의 민생지원금을 3번 추진하고도 남을 재원이 그냥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반면, 부자 감세 공백을 서민 증세로 메우는 기울어진 조세 정책은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2년간 거의 모든 세수가 급감했는데도, 유독 근로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경기 불황의 파고를 뚫고 견고한 증가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2000만 근로자가 대상인 근로소득세는 물가도 반영하지 못해 자연 증세 함정에 빠진 지 이미 오래고, 서민에게 더 무거운 부가세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소비 불황의 늪에 빠진 먹사니즘이 코로나보다도 더 무섭게 다가오는 이유다.
정부가 이념에 중독된 정책 수렁에서 빠져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본질을 관통하는 먹사니즘으로 정면 돌파하는 것뿐이다. 먼저, 민생 확대재정의 틀 안에서 민생회복지원금 정책부터 추진해야 한다. 그게 선별이든 보편이든 무조건 하는 게 중요하고, 포퓰리즘이라도 하는 게 좋고, 먹사니즘이면 더욱 좋다. 더불어, 폐기 수순에 들어간 지역화폐 예산 복원, 자영업자·소상공인 직접 및 간접 지원방안, 근로소득세법 개정, 코로나부채 대책 등이 정부 정책의 우경화를 막아낼 대안들이다. 물론, 주어진 경제 상황이 보편 위험이면 보편으로, 선별 충격에 노출되었다면 선별로 지원하면 그만이다.
부자 감세 공백 결국 서민 증세로 채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