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알이
샤샤 어머니
- 언제부터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나요?
"망고 보내고 나서부터요. 처음엔 단순히 밥과 물만 챙겨줬어요. 그릇이 비워지면 또 채워놓고, 누군가 와서 먹고 가겠지란 생각으로요. 어느 날부턴가 고양이들이 알더라고요. 그러더니 새끼들을 데리고 와서 인사시키는 거예요.
하루는 소식이 뜸했던 길고양이 토토가 저희 집 앞 나무를 타고 올라와 거실 안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무슨 일인가 싶어 창문을 열고 내다 봤더니,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아래에 새끼 다섯 마리가 은행잎에 뒤덮여 여기저기 뒹굴고 있는 거예요. 토토는 나무에서 내려와 앉아 저를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고요.
고양이는 새끼를 낳으면 처음엔 안 보여줘요. 꽁꽁 숨어서 육아를 하죠. 그러다 젖떼고 사료 먹을 단계가 되면 새끼들을 데리고 와요. '이제 이 사람이 밥 줄 거야'라고 알려주며 밥자리도 함께 보여주고요. 그리고 어미는 다른 곳으로 떠나버려요."
- 콩알이 외에도 아픈 길고양이를 여러 번 구조하셨잖아요?
"어미 고양이는 새끼들이 3개월 정도 되면 바로 독립시켜 버려서, 이후에 잘못될 확률이 높아요. 토토의 다섯마리 새끼들도 밤톨이와 샤이니 두 마리만 남았구요. 어느 날 보니까, 밤톨이가 한쪽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는 거예요. 나중엔 더 못 걷겠는지 주차장 계단 밑에 마련해 놓은 케이지 안에 누워 있었어요.
조심히 살펴보니 다리에 고름이 줄줄 흐르고 있더라구요. 서둘러 병원에 데려갔지만 이미 뼈도 다 으스러졌다며 수술 치료에 별 의미가 없다고 하셨어요. 급한 대로 괴사된 피부만 응급처치로 꿰메주셨죠. 살 확률도 낮을 거라면서요.
그때부터 녀석이랑 전쟁을 치르다시피 했어요. 케이지 안에 패드를 몇 겹으로 깔아놓은 다음, 하루에 대소변 몇 번씩 받아내고 두 번씩 약 먹여가며 꼬박 50일을 간호해줬어요.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다리가 다 나은 거예요. 아무래도 케이지 안에 오래 갇혀 있는 동안 뼈가 붙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지금은 "밤톨아~!" 하고 부르면 어디서든 나타나 쫓아와요.
- 올봄 꽃샘추위에도 풀밭에서 잠복 중인 모습을 여러 번 뵈었더랬어요. 길고양이들을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시켜주기 위함이었죠?
"어미 초록이의 새끼들 중, 봄이는 작년 봄에 태어나서 봄이, 가을이는 재작년 가을에 태어나서 가을이라 이름 붙여줬어요. 그러고 나서 한동안 안 보이길래 궁금했는데 또 새끼들을 낳은 거예요, 네 마리나. 그 전에도 해마다 몇 마리씩 중성화 수술을 시켜줬는데, 올해는 아예 작정을 한 거죠. 두 달 동안 20여마리 가까이 포획했으니까요."
- 포획한 고양이들은 어디에서 중성화 수술을 받나요?
"동물보호센터에 데리고 가면 한 마리는 무료로 수술을 시켜줘요. 두 마리까지 데려갈 때도 있는데, 그럼 나머지 한 마리는 제 사비로 수술시켰어요. 길고양이라서 할인적용도 받을 수 있어요. 하루에 한 마리만 신청이 가능해서 매일 오전에 먼저 신청해놓고 포획했죠. 이제 저희 단지 내에서 새끼고양이 보기는 힘들 거예요."
- 봉사하면서 힘든 점은 뭔가요?
"다행히 단지 내에 길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덜한 편이라 감사하게 생각해요. 주민들께 피해주기 싫어서 주변 쓰레기까지 깨끗이 청소하고 있구요. 또 동네 이웃분들도 많이 도와주고 계세요. 수술비도 함께 보태주시고, 처음 콩떡이를 발견한 깜돌이(반려견) 엄마는 가끔 사료 한 포대랑 간식도 챙겨주세요. 결코 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이에요."
- 그럼에도 더러 곱지 않은 시선을 감내하며 매일, 꾸준히 봉사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요. 계속 봉사를 이어가는 이유가 뭔가요?
"애들이 기다리니까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건데 한번 밥주고 말면 녀석들은 굶잖아요. 제가 어디 볼 일 보고 밤 늦게 돌아오면 그때까지도 기다리고 있어요. 늘 안 보이게 숨어 있다가도 부르면 툭 튀어나와서 인사해요. 오늘 못 본 애가 있어 걱정된다 싶으면 다음 날에라도 꼭 얼굴을 보여줘요.
그리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또다른 계기가 있어요. 예전에는 단지 내 쓰레기 수거함 안의 종량제 비닐들이 사방팔방 자주 뜯겨져 있었거든요. 어떤 날엔 어미 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통 뚜껑 위에 올라가 새끼들 먹이겠다며 뚜껑을 열어보려고 아등바등 애쓰는데 너무 안타까운 거예요.
그런데 밥을 준 후로는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일도, 쓰레기 봉투 찢는 일도 싹 없어졌어요. 배가 부르니까 쓰레기 뒤질 수고가 사라진 거죠. 제가 힘든 것보다 고양이들로부터 행복을 받는 게 열 배 백 배 더 커요. 오늘도 건강하게 잘 살아줘서 다행이구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름 있는 길고양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