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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꾸짖고 응원해 달라'던 고인... '명품백 사건' 제대로 조사해야"

[인터뷰]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대표

등록 2024.08.21 20:00수정 2024.08.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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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아래 권익위)가 지난 7월 31일 청탁금지법상 음식물 가액을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올리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어서 정부는 오는 27일부터 공직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음식물, 즉 접대비를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발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투명성기구는 반부패 활동을 통해 국민들의 의식을 개혁하고, 부정부패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없애려는 목적을 가진 비영리 비정부 기구다. 지난 1999년 '반부패국민연대'라는 이름으로 출범했으며 2005년 한국투명성기구로 명칭을 변경했고 국제투명성기구의 한국본부로 매년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한다.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대표와 이번 권익위의 청탁금지법 '접대비' 인상 등 우리 사회의 부패 문제와 관련해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인터뷰를 실시했다. 다음은 인터뷰 한 내용을 정리 한 것이다.

"금품상한액 조정, 공직자 청렴성의 근간 허무는 시도"

 유한범 대표
유한범 대표유한범

-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 등을 조사·지휘했던 권익위 국장이 지난 8일 숨진 채 발견됐다. 평소 고인은 청탁금지법의 접대비 3만 원 관련해서 '3만 원도 많다. 왜 공직자가 접대 받느냐'고 안 된다고 했었다. 그래서 접대비 한도를 상향한다고 해도 반대했다(관련 기사 : "숨진 권익위 간부, 그는 '가슴 따뜻한 포청천'").

그런데도 정부는 오는 27일부터 공직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음식물, 즉 접대비를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부터 명절 선물 기간의 농수산물 선물 가액 범위를 평상시 15만 원의 두 배인 30만 원으로 상향했다. 권익위와 정부가 왜 공무원에 대한 '접대비'를 올린다고 보나?

"'접대비'란 표현을 썼는데 공무원은 직무 관련자로부터 접대를 받아서는 안 된다. 보통 사람들이 공감하는 상식에서 그러할 뿐만 아니라 법으로도 금지되어 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는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음식물 등을 받을 수 있다.


금지되어 있지만 아주 예외적으로 '접대'받을 수 있는데 그 음식물의 가액이 부족하다며 그 상한을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올리려 하는 것이다. 권익위는 2003년 공무원 행동강령 제정 당시 음식물 기준인 3만 원이 현재까지 유지되는 상황에서 그동안의 사회·경제적 환경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온 것이 개정안 추진의 배경이라고 밝혔는데 오히려 국민의 눈높이는 2003년보다 강화되어 공직자가 직무관련자로부터 어떠한 접대나 금품도 받지 않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 한국투명성기구가 권익위와 정부의 접대비와 선물비 상향 정책을 적극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청탁금지법 시행령에서 허용하는 음식물과 선물은 직무관련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경우에 허용하는 것이어서 그 자체가 논란 대상이다.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식사접대와 선물 등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국민 상식에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한도를 정부가 나서서 자꾸 높이겠다고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공무원의 도덕성과 청렴성은 국가의 근간이다. 직무관련자에게도 받을 수 있는 음식물 등 금품상한액을 자꾸 올려 공직자 청렴성의 근간을 허무는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 정부에서는 '청탁금지법의 음식물 가액 상한 3만 원이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입장인데.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이번 청탁금지법의 음식물 가액 상한액은 공무원 등이 예외적으로 직무관련자에게 받을 수 있는 음식물이다. 금지되어 있지만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음식물의 상한액을 제한한다고 소비가 위축된다면 그것이 정상적인 나라인가? 상한액을 인상해도 정부와 언론에서 주장하고 있는 소비 진작 효과는 극히 미미할 테지만 이러한 정부의 조치는 매우 나쁜 신호를 주게 된다. 직무관련자에게서 받을 수 있는 접대 금액을 정부가 앞장서서 올려서 마치 부패를 조장하는 듯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상향을 추진하는 당사자들이 직무관련자로부터 음식물을 제공받는 것을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일상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으며, 그 금액이 적어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 권익위는 지난 7월 29일 인천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을 시작으로 8월 7일까지 전국 순회 현장 간담회를 열어 농·축·수산물 판매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권익위가 농·축·수산물의 소비를 촉진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농축식품부나 해양수산부인가? 권익위는 부패방지법상 '부패의 발생을 예방하며 부패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설치된 기관이다. 또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收受)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다. 그런데 권익위는 소비 진작 등을 이유로 공직자가 직무관련자로터 받을 수 있는 음식물 등 금품의 상한액 인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청탁금지법에 대한 주무기관으로서 임무와 역할을 포기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있다."

- 올해 1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23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63점을 받아 조사대상국 180개국 중 32위를 차지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 동안 점수는 10점, 순위는 21단계가 상승했는데 7년 만에 점수는 제자리이고 순위는 하락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윤석열 정권에서 하락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올해 1월 발표된 부패인식지수에서 7년 만에 순위가 하락한 결과가 나왔는데 정치와 경제영역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지표들이 하락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라 할 수 있는 정치와 경제 영역의 부패지표가 나빠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상층의 부패가 핵심적인 사회문제로 지적되어 왔으며, 우리나라의 부패가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로 특징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반부패 청렴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부패인식지수가 몇몇 사건에 의해 좌우되지도 않고, 2년간의 여러 평가를 취합하여 결과를 낸 것이기에 당장 현 정부의 무엇 때문에 하락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공무원이 직무관련자부터 받을 수 있는 음식물 가액을 상향하는 등 부패에 대한 통제가 계속 느슨해진다면 청렴도 하락이 추세로 이어질 수 있어 걱정스럽다."

- 최근 권익위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의혹' 등을 종결 처리하면서 부패방지총괄기구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금 현재 권익위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그리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독립성이다. 우리나라도 비준하고 세계 190개국이 당사국인 국제반부패협약에는 부패방지기구가 부당한 간섭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하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국무총리 소속기관인 권익위가 제대로 독립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고 되어있고 위원장의 임기는 3년이라고 되어있지만 이것이 과연 잘 지켜지고 있는가?

해외 다른 반부패기관의 경우 홍콩의 염정공서나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과 같이 강력한 조사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에도 규정되어 있지만 독립성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가장 문제라고 생각한다.

권익위는 지난 2008년 성격이 다른 국가청렴위원회, 고충처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를 무리해서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통합한 조직인데 반부패총괄기관으로서 역할을 더 잘하려면 좀 더 위상을 높이고 최소한 성격이 다른 기구는 분리하는 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명품백 사건 결정 과정 제대로 밝히는 게 고인 유지 존중하는 것"

- 지난 19일 권익위 유철환 위원장은 "(권익위) 국장 사망사건의 정쟁화를 중단해 달라"며 고인이 "맡은(김건희 명품백 수수)사건에 외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유철환 위원장의 주장을 접하고 드는 생각은?

"지난 2011년부터 고인을 알고 지냈다. 고인은 정부조직에서, 나는 시민사회조직에서 일을 했지만 우리나라의 청렴도 향상을 위한 마음은 같아서 의기투합해서 많은 일을 함께 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6월 11일 한국투명성기구는 '명품백 수수사건을 종결 처리한 권익위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는데 고인이 다음 날 나에게 전화를 했다. 한국투명성기구가 지적한 내용이 다 맞으며 앞으로도 계속 비판해 달라고 했다. 또 권익위가 없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고인과 유한범 대표가 생전에 주고 받은 메시지.
고인과 유한범 대표가 생전에 주고 받은 메시지.유한범

고인은 명품백 사건이 권익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고 보았던 것 같다. 고인이 돌아가시기 며칠 전 '저하고 상관없이 권익위란 조직을 꾸짖고 응원 부탁드릴게요'라는 문자를 보내와서 힘내라고 짧게 문자로 답장을 했다. 지금도 직접 전화해 안부를 묻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 나로서는 권익위가 잘못하면 꾸짖고 잘하면 응원하는 것이 고인의 뜻을 받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고인 사건의 정쟁화를 반대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권익위가 명품백 사건 결정을 했던 과정을 제대로 밝히는 것이 고인의 유지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평소에 고인을 잘 알고 있던 입장에서 고인은 어떤 분이었는지 독자들에게 소개하면?

"순수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선비와 같았고, 어려울 때도 남 앞에서 내부의 누구를 비난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우리 정부의 청렴정책을 총괄하고 이정표를 세우는 실무책임을 맡아 일을 추진했는데, 그 노력을 통해 성과가 나고 우리나라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고인의 공적인 삶이 오직 국가청렴도 향상과 그를 위한 권익위의 역할 강화에 바쳐졌다고 생각한다. 지금 금방 고인으로부터 문자가 와서 깜짝 놀랐는데 살펴보니 장례 후 가족이 보내온 감사 인사였다. 나는 평소 고인과 사적으로도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고인은 가족에게도 따뜻하고 자상한 가장이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가족께 위로를 드린다."

- 청렴국가로 가기 위한 반부패 정책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전략과 협력의 부재이다. 현재의 국가청렴 수준을 정확히 진단해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고 각계각층과 협력하여 해결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럴 마음도, 방향도, 시스템도 없는 것 같다. 반부패종합대책과 같은 청사진이 국민에게 잘 제시되지 않고 있으며, 반부패정책협의회, 청렴사회민관협의회와 같은 추진 기구도 없어졌다. 아울러 공무원이 직무관련자에게 받을 수 있는 음식물 상한액을 올리는 등의 정책이 계속된다면 '부패창궐'이라는 과거의 모습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공동대표 약력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강사(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대외협력과장(전)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조직팀장(전)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대외협력홍보팀장(전)
#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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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해외입양 그 이후],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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