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산 입구에 방치된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건물
임성용
- 이 판결 후 정부가 피해 여성들에게 사과와 배상을 했나?
"안 했다. 국가가 사과하라는 공식 요청에도 청와대나 법무부는 아무런 답변이 없다. 지난 2020년 통과된 경기도 조례, '경기도 기지촌여성 지원조례'에 따라 현재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제외한 소수가 월 10만 원의 생활지원금을 경기도로부터 받는 게 전부다. 국회는 19대 때부터 '연대'가 제시한 법안을 상정하고 있으나 심의조차 이루어지고 않고 회기 만료로 연속 폐기된 상태다."
- 지난해 3월 동두천 박형덕 시장에게 '동두천 성병관리소 건물 보존요청 건'에 대한 공문을 '연대'가 보냈는데 그 후 시장으로부터 답장을 받았나? 그 후 이 문제와 관련해 현재까지 진전이 있었나?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과 '연대'는 함께 지난해 2월 건물 부지 매입과 철거 소식이 알려진 후 대책위를 꾸려 면담과 시민 공론화 등을 제안했으나 계속 '구체적인 철거계획 없음', '아직 정해진 게 하나도 없음'이라는 말만 반복적으로 들었다. 그 후 동두천시청 앞에서 시민행동 회원들의 1인 시위가 계속되자 드디어 담당과장이 대화를 제의해 왔으나 그 제안은 1인 시위를 중단하게 하려는 꼼수임이 드러났다. 동두천시는 추진 중인 '소요산 관광지 확대 개발사업'과 연계해 해당 부지를 개발하기로 하고, '소요산 관광지 확대 개발사업 발전방안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통해 활용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면서 해당 건물을 철거하려고 계획 중이다. 동두천시는 최근에 시의회에 철거 비용 2억 원을 요청했다.
그래서 이달 12일 전국 단위의 총 60개 시민평화인권단체들로 확대 구성된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저 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대대적인 철거 저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공동대표단에는 이만열 교수, 이나영 교수, 한정숙 교수, 박래군 인권활동가, 한충목 대표 등 총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분들과 경기도지사 면담, 국가유산청 직권 조사 추진, 경기도의회 소관 상임위 성병관리소 방문 추진, 여성 국회의원 성병관리소 방문 추진, UN인권법무관에게 사안 알리기, 언론에 알리기, 대국민 홍보 동영상·카드뉴스 제작, 국제사회 연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 생명에 치명적 위협 가한 악명 높은 수용소"
- 지난 1973년 설립돼 1996년에 폐쇄되기까지 수많은 미군 위안부 여성들이 동두천 성병관리소를 거쳐 갔다. 생존 여성들이 동두천 성병관리소에서 겪었던 일들 중 끔찍했던 사연 몇 가지를 소개하면?
"낙검자 수용소로 불리는 동두천 성병관리소의 반인권적·폭력적인 실태는 국가배상소송에서도 중요한 쟁점이었다. 특히 지자체 중 한국전쟁 발발 이후 가장 많은 미군 기지촌이 있는 경기도의 경우 총 6개 지역에 낙검자 수용소를 운영했는데, 그 중에서도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낙검자 수용소)는 과거 미군 위안부 불법 강제 감금, 페니실린 과다 투약 등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미군 위안부 여성들의 생명에 치명적 위협을 가한 수용소로 악명이 높았다.
피해 생존 여성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곳에 감금되면 미군이 제공한 페니실린 606호를 과도하게 맞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팔다리를 부르르 떨며 쇼크사 하는 동료를 지켜보기도 했다. 1주일 후 재검진해서 퇴원 여부를 결정했는데, 검진 결과가 안 좋으면 다시 무기한 감금되어 페니실린 606호를 맞아야 했는데, 당시 담당 의사도 '치사량이 될 수도 있었는데 피검진 여성들에게 일반 투약의 10배 이상을 투약하도록 위에서 지시했다'는 증언을 법정에서 한 바 있다."
- 동두천 성병관리소가 당시에 '몽키 하우스'로 불렸는데 그 이유는?
"오리엔탈리즘이 아닌가 생각한다. 서양인 관점에서 동양인을 원숭이 취급하던 시각에서 성병관리소 철창에 여성들이 매달려 있는 장면을 보고 동물원의 원숭이 우리를 연상한 건 아닐까? 어떤 여성들은 특정 미군과 접촉하지도 않았는데, 증거도 없이 그 미군이 지목만 하면(소위 '손가락 총') 무조건 '몽키 하우스'로 끌려 들어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