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6월 25일 모습.
연합뉴스
지난 6월 24일 리튬배터리 공장 폭발 화재로 23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한 아리셀 참사 당시, 비상구로 향하는 길목에 회사 정규직만 열 수 있는 문이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참사로 사망한 23명 중 20명이 비정규직이었고, 이들 대다수가 외국인이었다.
23일 경찰·노동부 합동 브리핑에 따르면, 화재 당시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는 총 43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대피에 성공한 20명은 대부분 내국인 정규직으로, 생산직이 아닌 사무직이었다고 한다. 2층에는 외부로 통하는 2개의 문, 즉 출입문과 비상구가 있었는데, 출입문은 발화 지점과 가까워 불이 붙은 뒤엔 접근이 어려웠다. 결국 출입문과 대각선 방향에 있던 비상구가 사실상 유일한 출구였던 셈인데, 작업장에서 비상구까지 가기 위해선 ID카드를 찍거나 지문을 눌러야만 열리는 또 다른 문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문을 열 수 있는 ID카드와 지문 등록 권한은 정규직들에게만 주어진 것이었다. 인력 업체로부터 일용직으로 파견 나온 비정규직 외국인들에게는 ID카드도, 등록된 지문도 없었다. 실제 당시 불이 나자 한 정규직 직원이 ID카드를 대고 이 문을 열면서, 내국인 사무직들 대다수가 이 문을 경유해 비상구에 도달한 뒤 바깥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 비정규직 외국인들은 그럴 수 없었고, 피해는 커졌다.
경찰은 이것이 위험물 취급 사업장에서 비상구를 상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이라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폭발 후 완전히 블랙아웃이 되기까지 37초의 골든 타임이 있었다"면서 "사망자들이 있던 곳에서 비상구까지의 거리가 6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만약 회사 관계자가 '이리로 나가자'고만 했어도 상당수가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 대다수는 비상구의 존재 자체조차 몰랐다"고 했다.
사실상 유일했던 '비상구'로 가는 문, 정규직만 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