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이들(자료사진). 내가 보기엔 집에서 밥을 해주는 엄마도, 밖에 나가 돈을 벌어오는 엄마도, 모두 아이에게 각자의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훌륭한 엄마다.
benjaminmanley on Unsplash
그런데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부터 직장에 다니는 친구 엄마들과 집에 있는 엄마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무릎이 튀어나온, 늘어난 바지를 입고 있는 엄마만 보던 아이들은 깔끔하게 차려입고 출근하는 엄마가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누구 엄마는 어디 회사에 다닌다더라, 누구 엄마는 회사에서 차장이라더라, 누구 엄마는 친구 생일에 신형 핸드폰을 사줬다더라' 하는 말을 나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내가 해주는 된장찌개보다 친구가 엄마 회사 건물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먹었다는 스테이크를 더 부러워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더이상 내 보살핌이 필요 없게 된 지금은, 간혹 "엄마도 계속 일을 하지 그랬어?"라고 말한다. 추가로, 자기 주변에서 결혼을 준비하던 한 선배에게는 그의 부모님이 강남 어디에 아파트를 사줬다는 얘기를 전하기도 한다.
당신은 자신의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 엄마 역할을 소홀히 했다고 비난하는 남편에게, 드라마 속 차은경은 항변한다. 자신의 일은 자길 위한 일이기도 했지만 나아가 가족을 위한 것이었고, 아이가 더 윤택한 삶을 살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 장면을 내보내면서 드라마는 일견 당당하지 못한 듯한 차은경의 표정을 보여줘, 시청자들에게 그게 마치 변명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일하는 엄마의 '죄책감' 강조하는 사회... 하지만
엄마의 성공으로 얻은 부를 딸이 누리고 있는 게 사실인데도, 과연 아이를 위한 일이었다는 말이 변명일 뿐일까? 그 딸이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해보면 엄마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지는 않을까? 엄마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이에게 훌륭한 가르침이 되지는 않았을까?
내 경우엔 선택하지 않은 일이고, 이미 지나간 일이기도 하기에 의미없는 가정일 수 있겠다. 하지만, 만약 그때 내가 아이 대신에 일을 선택했더라면 우리 아이들이 지금처럼 잘 자라지 못했을까 생각해봤다.
어쩌면 내가 열심히 돈을 벌어서 아이들에게 최고 수준의 지원을 해줬더라면, 그건 그것대로 아이들에게 폼나는 인생을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많은 엄마들이 직장과 아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젊은 여성들이 결혼을 망설이고 출산을 포기하는 것도 어쩌면 이에 대한 해답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집에서 밥을 해주는 엄마도, 밖에 나가 돈을 벌어오는 엄마도, 모두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훌륭한 엄마들이다.
다만, 그 어느 쪽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거나 자신의 삶을 희생했다고 느끼지 않고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사회적인 인식과 제도가 뒷받침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세상사는 재미와 따뜻함이 담긴 글을 쓰며 살아가는 것이 꿈입니다.
공유하기
밥 먹이는 엄마와 돈 버는 엄마, 어느 쪽을 선택하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