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홍도 명물 '해녀포차'에 생선회가 없는 까닭

['자산어보' 유산답사③] 철새들의 정류소 흑산도

등록 2024.09.07 06:41수정 2024.09.07 06:40
2
원고료로 응원
전남 신안 흑산도는 문화생태자원이 빼어난 섬으로 꼽힌다. 홍어로 유명한 섬이지만, 국내 최초 해양생물학 백과사전인 '자산어보'의 산실이자 국내 최대 철새 중간 기착지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일제 강점기에 대형고래 1464마리가 학살된 고래의 바다이기도 하다. 정부는 흑산도 관광자원에 주목해 2023년 'K관광섬 육성사업' 대상지로 선정, 세계인이 찾는 섬으로 가꿔나가고 있다. 흑산도 대표 문화자원 ‘자산어보’를 열쇳말로 흑산도 답사기 3편을 송고한다.[기자말]
a 홍도 홍도항여객선터미널과 홍도의 모습. 홍도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이다. 2017. 10. 25

홍도 홍도항여객선터미널과 홍도의 모습. 홍도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이다. 2017. 10. 25 ⓒ 신안군


답사 2일 차. 지난 8월 1일 오전 10시 쾌속선을 타고 흑산도에서 홍도로 향했다. 2층 역방향 좌석을 배정받은 것을 보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좌석 350석이 거의 만석을 이루고 있었다. 창밖의 하늘을 보니 구름 없이 맑고 바다 또한 고요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배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흔들린다. 파도는 없었으나 육지와 워낙 멀리 떨어진 먼바다여서 물밑 조류가 거센 탓이리라.

약 30분 뒤 홍도에 도착했다. 빼어난 절경으로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여장을 풀고 홍도의 명물, 유람선에 올랐다.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으나 유람선은 만선을 이뤘다. 약 2시간 유람하는 동안 촛대바위·고래바위·돛대바위·시루떡바위 등 기암괴석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낚시 명소답게 갯바위 곳곳에는 낚시에 열중하는 강태공들이 보였다.


해가 기울자 여객선터미널 뒤 방파제 주변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이곳엔 홍도 해녀 등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포장마차가 10여 곳이 몰려 있다. 한낮엔 더위를 피해 유람선을 타거나 실내에 머물던 관광객들이 해가 물러가자 '해녀포차'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a  지난 17일 전남 신안군 홍도에서 만난 낚시꾼들.

지난 17일 전남 신안군 홍도에서 만난 낚시꾼들. ⓒ 소중한


a  홍도항 방파제 주변에 늘어선 '해녀포차'. 홍도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이다.

홍도항 방파제 주변에 늘어선 '해녀포차'. 홍도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이다. ⓒ 박하린씨 제공


a  홍도항 방파제 주변에 늘어선 '해녀포차' 상차림. 홍도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이다.

홍도항 방파제 주변에 늘어선 '해녀포차' 상차림. 홍도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이다. ⓒ 박하린씨 제공


해녀포차에선 전복과 해삼, 멍게, 홍합, 문어 등 갖가지 해산물을 판다. 날 것으로도 팔고, 삶아서도 판다. 2~3만 원 단위로 종류 별로 팔고, 섞어서도 판다. 해산물을 듬뿍 넣어 아래에 있는 면발은 보이지도 않는 해물라면을 1만 원에 내놓으면서 주인장은 미안한 표정으로 해명하듯 한마디를 던진다. "해산물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그래요. 만 원이라고 너무 비싸게 생각하지 마세요"

특이한 점은 이곳 해녀포차에선 생선회를 팔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근하 신안군 문화도시지원센터 사무국장의 말이다.

홍도는 워낙 좁은 곳이라 분업화가 잘 돼 있어요. 서로 영역을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것이죠. 숙박업을 하는 사장님들은 숙박 서비스와 함께 최소한의 백반식 식사만 팔죠. 해녀포차 사장님들은 해산물만 팔아요, 생선회는 팔지 않는 거죠. 또 횟집 사장님들은 회만 팔고 해산물 판매는 최소화합니다.

a 홍도 명물 '해녀포차' 홍도 방파제 주변 '해녀포차' 앞에 손님을 기다리는 싱싱한 해산물. 홍도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이다. 2024. 8. 1

홍도 명물 '해녀포차' 홍도 방파제 주변 '해녀포차' 앞에 손님을 기다리는 싱싱한 해산물. 홍도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이다. 2024. 8. 1 ⓒ 김형호


a  전남 신안군 홍도 항구에는 해녀들이 운영하는 포장마차가 모여 있다. 지난 17일 포장마차에서 주문한 뿔소라, 전복, 해삼.

전남 신안군 홍도 항구에는 해녀들이 운영하는 포장마차가 모여 있다. 지난 17일 포장마차에서 주문한 뿔소라, 전복, 해삼. ⓒ 소중한


흑산도 명물... '철새박물관'

자산어보 답사 일행은 홍도로 이동하기 전 흑산도의 또 다른 명물 '철새박물관'을 찾았다. 조류표본 300점이 전시돼 있다.


대지면적 1244㎡, 연면적 1015㎡ 규모에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된 박물관은 3층 짜리다. 1·2층은 상설전시관으로 '섬-철새의 이동정거장', '섬- 번식지의 중요성'을 주제로 전시돼 있다. 새는 물론 새가 서식하는 나무와 조그만 숲, 습지, 바닷새번식지등을 세밀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국내 유일 표본인 흰배줄무늬수리를 자랑이자 보물로 내세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이 박물관의 진짜 보물은 신안군 세계유산과 소속 김수영(48) 해설사의 '해설'이 백미인 듯싶다. 20~30분 이어지는 새와 관련된 그의 해설을 듣는 방문객들의 눈과 얼굴 표정을 보면 몰입도가 최고조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지구상에는 1만 1000여 종의 조류가 서식하며, 그 중 580여 종이 우리나라에 도래하여 번식 또는 월동 후 이동합니다. 국제적인 (철새) 중간 기착지 신안 흑산도권역은 400종 이상의 조류가 도래하여 국내에서 가장 많은 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지역입니다. 새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천사의 섬 신안군입니다. (흑산도 철새박물관 안내판)

a  전남 신안 흑산도 철새박물관에서 김수영(48, 빨간 옷) 해설사가 방문객에게 철새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신안군이 설립, 운영하는 철새박물관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조류연구센터, 철새조각공원과 더불어 '철새들의 섬' 흑산도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손암 정약전(1758~1816)이 유배지 흑산도에서 남긴 자산어보에는 어류 뿐 아니라 바닷새 5종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2024. 8. 16

전남 신안 흑산도 철새박물관에서 김수영(48, 빨간 옷) 해설사가 방문객에게 철새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신안군이 설립, 운영하는 철새박물관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조류연구센터, 철새조각공원과 더불어 '철새들의 섬' 흑산도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손암 정약전(1758~1816)이 유배지 흑산도에서 남긴 자산어보에는 어류 뿐 아니라 바닷새 5종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2024. 8. 16 ⓒ 김수영씨 제공


a  주한 파푸아뉴기니 대사관 관계자가 지난 16일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있는 철새박물관에서 전시물을 보고 있다. 2024. 8. 16

주한 파푸아뉴기니 대사관 관계자가 지난 16일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있는 철새박물관에서 전시물을 보고 있다. 2024. 8. 16 ⓒ 소중한


a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항 방파제에서 만난 새 한마리. 2024. 8. 17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항 방파제에서 만난 새 한마리. 2024. 8. 17 ⓒ 소중한


신안군 설명처럼 흑산도를 비롯한 흑산도권역은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다. 수천~ 수만㎞를 날아온 철새들의 쉼터이자 번식 공간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철새 교육장이자, 탐조인들의 성지로 불리기도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조류연구센터가 흑산도에 2005년 문을 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센터는 흑산도와 홍도 등 흑산도권역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철새들의 중간기착지임을 확인하는 연구 결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조류연구센터가 2023년 말 펴낸 포토북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흑산군도의 새' 본문에는 센터가 2017~2023년 수집한 조류 270여 종의 사진이 수록돼 있다. 조류 사진 대부분은 흑산도 예리항, 진리마을, 사리마을, 배낭기미습지 등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곳에서 촬영된 곳이었다. 말 그대로 흑산도는 새들 세상인 것이다.

이보다 약 200년 앞서 흑산도에 유배됐던 정약전(1758~1816)은 갖가지 물고기와 더불어 5종의 바닷새를 자산어보에 기록해 남기기도 했다.

[관련기사]
['자산어보' 유산답사①] 섬 중의 섬, 흑산도... 고래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https://omn.kr/2a0qg
['자산어보' 유산답사②] 세상에서 2번째로 전망 좋은 화장실... 흑산도에 있다? https://omn.kr/2a25u

a  조선 후기 문신 정약전(1758~1816)이 유배된 흑산도에 머무르며 1814년 저술한 실학서 자산어보(玆山魚譜).

조선 후기 문신 정약전(1758~1816)이 유배된 흑산도에 머무르며 1814년 저술한 실학서 자산어보(玆山魚譜).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a  홍도 유람선에서 바라본 바다. 홍도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이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다. 2024. 8. 1

홍도 유람선에서 바라본 바다. 홍도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이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다. 2024. 8. 1 ⓒ 김형호

#흑산도 #홍도 #철새 #해녀포차 #철새박물관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2. 2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3. 3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4. 4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5. 5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