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생애 첫 사회생활은 바(Bar) 뒤에서 시작됐다.
남희한(ChatGPT)
그렇게 바(Bar) 주방으로 물러난 나는 들어오는 손님에게 "안녕하세요~"만 외치며 맥주를 내리고 컵을 씻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어? 되게 비슷한데?'
어느 순간 나는 "요"를 굉장히 또박또박 발음하고 있었다. 어떤 거리낌도 없이, 어떤 여과 과정도 없이 말을 끝맺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2주일이 되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그날 나는 부족한 손을 채우기 위해 홀에 투입됐다.
당연하게도 컴플레인이 없지는 않았다. 손님 자리에 술병을 놓을 땐 신문 배달하듯 툭 내려놓고 지나가면 안 된다는 사장님의 참을성 있는 설명을 들어야 했고, 주문을 못 알아들으면 "뭐라고요?"보다는 차라리 "네?"라고 하라는 매니저 누나의 어금니 꽉 깨문 가르침을 받아야 했다.
우여곡절이 수없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처음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칭찬이 늘어갔다. 이 시절, 거칠었던 말과 행동이 제법 매끄러워졌다. 실상 나는 말이 아니라 태도를 배웠던 것 같다.
말도 하면 는다
말이란 게 참 신기하다. 나의 진심과는 무관하게 상대에게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단체 손님의 방문에 내심 치를 떨었지만 익숙해진 "안녕하세요?"가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웃음)
말은 이왕이면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수없이 반복한 덕분에 마스터했던 "안녕하세요?"처럼, 내 진심이 가닿거나 비록 진심과는 거리가 멀어도 상대를 웃게 만들 수 있다면, 따뜻해서 나쁠 게 없다.
여러 매체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말 하나 때문에 곤욕을 겪는 광경을 목도하곤 한다. 진심이 어떻든 입 밖으로 나온 말은 타인을 향하고 그 자체가 나를 대변한다. 그러니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수밖에 없다.
말이 거칠다면 부드럽게 매만지고 부정적인 표현이 가득하다면 조금씩 덜어내는 일. 의식적이고 반복적으로 노력하면 분명 조금은 나아질 일이다. 말도 결국 하다보면 느는 법이니까.
두 말하면 입 아픈 소리겠지만 말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사람을 웃거나 울게도 하고 위로나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말이란, 생각보다 훨씬 신중하게 다뤄야 할 도구다. 잘 다루면 유용하지만 잘못 다루면 무기가 된다. 되도록 고운 말을 쓰고 연습해야 하는 이유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몇 주 뒤, 숙련된 나의 "안녕하세요?"는 선배들을 적잖이 놀라게 했다. 그리고 그 놀람은 무슨 힘에선가 그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 뜻하지 않은 공짜 밥. 그것도 좋았지만, 미묘하게 어색했던 기류에 더해진 온기는 따뜻한 밥 한 끼보다 더 따뜻했다.
모름지기 따뜻하면 좋다. 푹푹 찌는 이런 더위 속에서도 말과 마음의 온도만은 그렇다. 오늘 하루 차가웠던 모두의 내일이 조금이라도 따듯해지길. 줄곧 미지근했던 일상이 내일부턴 뜨뜻해지길 바라본다. 먼저 시작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분명 따뜻함을 불러올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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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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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때문에 주방에 갇혔던 경상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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