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사가능한 야외 수영장, 휴가철 막바지 평일이라 한산했다.
윤용정
수영장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물속으로 들어갔다. 두 시간쯤 놀다가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아이가 말했다.
"전 고기 안 먹을래요."
"왜? 고기 싫어해?"
"네."
"그럼, 소시지는 좋아하지?"
"그것도 별로요."
너무 당황스러웠다. 고기를 싫어하는 건 이해가 되지만, 소시지를 싫어하는 어린이는 그간 내 주변엔 없었다.
"그럼, 라면은?"
"라면은 좋아해요."
"라면 끓여줄까?"
"전 그 라면은 별로 안 좋아해요. 이따가 매점 가서 제가 좋아하는 컵라면 사 먹을 거예요. 체크카드 가져왔어요."
라면은 좋아하지만, 아무 라면이나 먹지 싶지 않으니 원하는 걸 사 먹겠다는 말은 더욱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다른 한 친구는 고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데 모든 고기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니고 분명한 취향이 있었다.
"저희 아빠는 고기를 빠삭하게 구워줘요. 그게 맛있다고 하는데, 저는 딱딱해서 싫어해요."
"앗, 아저씨도 겉을 튀기듯이 바삭하게 굽는 거 좋아하는데, 오늘은 부드럽게 구워줄게."
남편은 그 친구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고기를 구웠다.
"고기를 쯔란(흔히 양꼬치 먹을 때 찍어먹는 중국 향신료)에 찍어먹어도 맛있는데, 한 번 먹어볼래?"
"전 그거 안 먹어봤어요."
"음식은 배우는 거거든.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것도 공부야."
남편은 평소에 음식도 교육이라며, 아이들한테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럼 조금 먹어볼게요."
고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쯔란을 살짝 찍은 고기를 입에 넣었다.
"음... 맛있어요."
"그럼 나도 먹어볼래요."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친구도 호기심이 생겼는지 먹어보겠다고 했다.
"어때?"
우리의 시선이 모두 그 친구에게 쏠렸고, 나는 맛없다고 뱉는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다.
"맛있어요."
"휴, 다행이다."
쯔란이 그 친구의 입맛에 맞았는지 고기에 쯔란을 듬뿍 찍어 몇 점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