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갈이 중인 까치의 모습
이경호
꼬마물떼새와 흰목물떼새는 농성장 맞은편 하중도에서 무사히 번식을 마쳤다. 세종보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대규모 벌목이 진행됐기에 번식에 방해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번식을 마친 두 종류의 물떼새는 낮에는 잘 보이지 않고 밤이면 다시 이곳에 찾아온다. 멸종위기 2급인 흰목물떼새는 농성장 인근에 잠자리를 마련한 듯하다. 매일 밤 소리를 내어 자기 존재를 나타낸다. 하지만 최근 꼬마물떼새의 소리는 잦아들었다. 남쪽 해변으로 이동한 것이다. 내년에 또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대규모 벌목으로 드러났던 농성장 앞 하중도는 이제 다시 풀밭이 되었다. 이곳의 풀들도 이제 다른 계절을 준비한다. 꽃을 떨군 자리에 생기는 씨방을 확인 할 수 있는 풀이 늘어나고 있다. 버드나무가 잘리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지금쯤 겨울나기를 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그곳에서 또 다른 버드나무가 무럭무럭 커갈 것이다. 자연은 늘 제 모습을 찾아가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연의 변화에 잘 적응하는 생명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100여 일 동안 녹색천막을 지킨 건 뭇생들이다
그런데 걱정이 되는 녀석들도 눈에 띤다. 중대백로 한 마리가 왼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농성장 주변에 머물고 있다. 가장 큰 천적인 사람을 경계해야 하지만 다리를 저는 중대백로는 사람들에게 곁을 내어준다. 다친 상태이기에 야생의 천적보다 더 안전한 사람주변을 택한 것처럼 보인다. 아니면,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쉬운 사냥터를 찾아야만 하는 사정 때문일 수 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잘 버티고는 있지만, 가을과 겨울에 남쪽으로 이동하지 못하거나, 농성장 주변에 먹을 것이 떨어지면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될 수도 있다. 농성장 활동가들은 '여차하면 구조를 요청하자'고 결의하기도 했다. 우리가 지켜낸 현장에서 죽어가는 중대백로를 야생이라는 이유로 두고 볼 수 없는 측은지심이 발동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