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공공운수노조,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주최로 열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확대 적용 요구 언론 설명회
플랫폼노동희망찾기
그러나 공익위원들은 바로 이 점을 우려해 5조 3항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료와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위원들이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5조 3항 논의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고용노동부가 논의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냄으로써 논란은 정리됐다. 5조 3항은 이제 차별 적용과 같은 위상을 가지게 되어 매년 논의할 수 있게 됐다. 다만, 5조 3항 논의는 4차 회의에서 아래의 공익위원 권고안으로 빠르게 정리됐다.
"최저임금액 관련 심의 안건, 즉 결정 단위 관련해 법 5조 3항의 대상을 구별해 별도의 단위를 설정하는 것은 현재 조건에서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노동계가 요청하는 특수고용, 플랫폼 등 근로자가 아닌 노무제공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는 제도개선의 이슈로서 우리 위원회가 아닌 실질적 권한을 갖는 국회, 경사노위 등에서 논의하기를 권유합니다. 아울러 올해 심의를 종료한 후 최임법 5조 3항 대상이 되는 근로자와 관련 구체적 유형, 특성, 규모 등에 관련해 실태와 자료를 노동계에서 준비해 주시면 추후 논의가 진전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공익위원 중재안은 최저임금위원회의 책무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노동계에 떠넘기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한국노총 등 노동계 최저임금 위원 간에 5조 3항에 대한 인식 격차가 컸고, 최저임금위원회가 늦게 시작된 만큼 법정시한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이 가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 위원을 모두 설득해 5조 3항 논의를 더 끌고 갈 수는 없었다. 이는 최저임금 확대 적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투쟁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 속도보다 느리게 올라오고 있었고, 이에 따라 최저임금 위원들이 아래로부터의 압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였다.
희망도 발견했다. 최저임금위원회 바깥에서 배달의민족의 일방적인 배달 수수료 삭감으로 라이더유니온 등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확대 적용 주장이 현장의 요구가 된 점, 대리운전노조가 카카오와의 교섭 투쟁과 조직사업에서 최저임금 요구를 한 점, 서비스연맹을 중심으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적용 연구와 요구가 올라 온 점, 웹툰작가노조를 비롯해 최저임금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요구가 언론의 관심을 받은 점 등은 이후 5조 3항 투쟁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한편,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은 새로운 '을들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줬다. 최저임금 1만 원 운동 초기 영세자 영업자들의 지급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대형프랜차이즈에 대한 규제 문제, 원·하청 간 불공정거래 문제를 제기하면서 을들의 연대를 모색했다면 5조 3항 투쟁을 통해서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기업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며 플랫폼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의 연대를 모색할 수 있었다. 배달의민족에 맞선 라이더유니온과 영세자영 업자들의 연대 파업과 집회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저임금 차별 적용과 수준 논의
5조 3항 논의를 길게 가져간 덕분에 차별 적용 논의는 세 차례에 그쳤다. 확대 적용 논의가 차별 적용 논의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차별 적용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 위원들 간 정세 인식과 판단에서 큰 차이를 확인하였고, 마지막 수준 논의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노골적인 임금 통제 기조와 함께 노동계의 준비 부족을 확인했다.
7월 2일 최저임금 차별 적용 투표가 예상되었던 시점에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노동계에서 유일하게 차별 적용 저지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앞 기자회견과 농성을 진행했다. 최저임금 위원들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해 모든 최저임금 위원이 회람했다. 차별 적용 논의가 진행되던 회의장 안에서도 택시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해서 언급되는 등 차별 적용 저지를 위한 투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차별 적용을 저지하기 위한 대응 방법은 당사자들의 조직과 투쟁이라는 점을 보여준 순간이다.
사용자위원들이 주장하는 차별 적용 대상이 편의점, 일반음식점, 숙박업인 만큼 해당 업종 조직화 사업계획이 제출되어야 한다. 더불어 올해 차별 적용 논의는 예년과 달리 정부 주도로 진행되었는데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목표였다. 그렇다면 차별 적용 투쟁은 이주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조직과 투쟁이라는 더 큰 연대와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최저임금 수준 논의는 제9차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에 대해 설명하였고, 이틀 뒤에 열린 10차 전원회의에서 한 차례 논의되었다. 밤 12시가 넘어 진행된 제11차 전원회의가 최종안 표결로만 진행된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한 차례만 논의한 졸속 결정이다. 11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은 최종안 제시 전 '심의촉진구간'으로 1만~1만290원을 제시했다. 1만 원은 지난해 노동계 최종 제시안이고, 1만290원은 '권순원(공익위원) 산식'(경제 성장률+소비자 물가 상승률-취업자 증가율)에 근거한 금액이었다.
하한선은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이고, 상한선은 예년에 노사 중재안으로 공익위원이 제출했던 안이었다. 사실상 최저임금을 1만20원 내 지 1만30원으로 결정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을 조금이라도 인상시키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해 민주노총 위원들은 심의촉진구간을 감안해 노동계 안으로 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률을 고려한 4.3% 인상안을 투표에 붙이자고 제안했다.
한국노총은 구간 내에서 물가 상승률인 2.6% 인상안을 제시하면 현실적으로 투표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률을 고려하지 않은 요구안을 노동계 요구안으로 낼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 그러나 한국노총 동의 없이 민주노총 요구안을 노동계 안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이에 졸속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려는 회의 진행 방식과 상식 밖의 심의촉진구간을 낸 공익위원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퇴장했다. 공익위원은 1만30원인 사용 자 안을 선택했다. 투표결과를 보면 9명의 공익위원 중 5명이 사용자위원 안에 투표해 민주노총 위원들이 투표에 참여했더라도 사용자위원 안이 통과되었다. 공익위원은 애초에 물가 상승률조차 고려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향후 최저임금 투쟁 과제
지금까지 최저임금 논의과정을 살펴보았다. 이를 토대로 향후 최저임금 투쟁을 위해 세 가지 구체적인 과제를 논의해본다.
먼저 최저임금 투쟁 기획·집행 기구 상설화가 필요하다. 매년 최저임금 투쟁 평가에서 지적되는 사항인데, 임금 수준 결정 이후 급격하게 최저임금과 관련한 논의들이 사라지고 있다. 노동계 차원에서 수준 결정 이후에도 최저임금 제도개선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전원회의 개최 등을 요구하고, 최저임금위원회 국정감사 등에 적극 대응하는 등 최저임금 대응을 연중 기획사업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두 번째로 최저임금 수준 요구 액수를 포함해 매년 관성적으로 제출되는 최저임금 요구안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 해결과 올해 쟁점이 되었던 회의 공개 등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제출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조직 노동자들의 임금 투쟁을 6월 최저임금 결정 과정과 연동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수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과 협약임금 투쟁, 그리고 최저임금 투쟁이 연동되어야 한다. 당연히도 위에서 지적한 편의점, 음식 숙박업, 택시 노동자, 이주 노동자에 대한 조직화와 이야기가 6월에 집중될 수 있도록 민주노총과 비정규센터 등 노동계 전체의 전략과 계획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조사·통계 강화가 필요하다. 최저임금위원회 조사로 제출되는 실태생계비와 현실 간 괴리가 심각하다. 이 괴리를 폭로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저임금 실태생계비 조사 등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실태생계비는 수입 내에서 지출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최저생계비 보장이라는 최저임금위원회 취지에 맞는 이론생계비 모델이 필요하다. 또한, 올해 새롭게 제시된 특수고용·플랫폼 최저임금 대응을 위해서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한 연구용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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