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축제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건 가파른 오르막길이었다.
무주신문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건 가파른 오르막길이었다. 길은 수동휠체어 이용자가 혼자 오르기 어려운 각도였으며 고령자 또한 이동에 어려움이 예상됐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하는 장애인과 노약자에게 적절한 경사는 3.18도 이하다.
인도에서 도로로 이어지는 부분에는 점자 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보행 경로에 가로수가 설치돼 있었다. 또 행사장 입구나 읍내에 있는 횡단보도 중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곳은 없었다. 이는 '장애인편의시설 전수조사표'의 적정 기준에 미달한다.
오르막길을 지나 첫 번째로 마주하는 예체문화관 광장 주변엔 조형물이 연달아 설치돼 유아차나 휠체어 이용자는 광장을 한참 돌아가야 진입할 수 있었다. 광장은 돌이 박힌 바닥으로, 보행 보조기나 유아차, 휠체어 이용자가 광장을 이용할 때 강한 진동에 불편을 겪는 환경이다.
이동권 보장이 부족한 곳은 예체문화관 광장만이 아니었다. 야외 행사장 대부분이 모래나 잔디가 깔려 있어 바퀴가 달린 이동장치에 방해됐다. 또 공원이나 광장에 들어가는 경사로에 볼라드(차단봉)나 돌로 된 구조물이 설치된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에체문화관에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휠체어 경사로 앞에는 돌이 세워져 있어 사고 위험도 있다.
박철교 무주장애인·노인종합복지관 팀장은 "축제장 대부분이 휠체어로 이동하기는 어려워 거의 최북미술관 앞에서 진행되는 행사에만 참여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수동휠체어 이용자로 산골영화제나 반딧불축제에 참여할 때 대부분 이동을 도와줄 사람과 동행해 왔다.
실효성은 떨어지는 장애인·노약자 편의시설
반딧불축제 리플렛에서 제공하는 지도에는 수유실과 장애인 화장실, 휠체어와 유아차 대여소 위치가 안내돼 있다. 현장에 방문한 결과 지도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 네 곳 중 절반은 외부에 장애인 화장실 표지판이 없었으며 화장실 내부 공간은 기준보다 좁았다.
출입문이 고장 났거나 외부에서 화장실 사용 여부를 알 수 없는 곳도 일부 있었으며 문화시설에 의무적으로 있어야 하는 세면대 대신 샤워기가 설치된 곳도 있었다.
자녀를 동반한 방문객을 위한 영유아용 거치대는 어떨까? 행사장 인근에 설치된 영유아용 거치대는 전부 여자 화장실에만 있었다. 이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남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다.
일부 거치대는 파손돼 있었으며 화장실 통로에 설치돼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것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영유아용 거치대를 남녀화장실 각각 1대 이상 설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장애인 특성 고려한 접근권 보장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