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노동자들이 지난달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오세훈 서울시장은 싱가포르 출장을 다녀오더니 난데없이 '외국인 육아도우미'를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저출생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가정 양립을 해야 한다. 그러니 가정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기 위해 육아도우미를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하고 보장하자. 그런데 자국민을 고용하는 것에는 비용도 많이 들고 육아도우미가 일종의 기피업종에 속하는 일이라 지원도 잘 안 할 것 같으니, 외국인을 고용하자.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이미 그렇게 많이 하고 있다. 주로 필리핀 가사 관리사를 이용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일하면 더 많은 급여를 줄 수 있으니 서로 윈-윈(win-win)의 정책이 될 수 있다.'
일·가정 양립을 해야 한다는 주장의 핵심은 가정에 할애하는 시간을 늘리고 직장에서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제도는 가사노동과 육아 부담을 지자체가 줄여줄 테니 직장생활에 더 전념하라는 방향에 더 가깝다.
한국 노동자는 연 평균 1915시간(2021년 기준)을 일한다. OECD 국가 평균보다 무려 300시간이나 많다. 그럼에도 지금보다 더 직장생활에 집중하라는 신호를 정책으로 보내고 있다. 오히려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어도 그럴 마음과 여력이 사라지는 효과만 낼 것이다.
물론 '양육의 사회화'라는 측면에서 국가와 사회가 육아부담을 일정 부분 감당할 수 있다.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라는 관점과, 육아도 '사회권'이며 '사회적 책임'이라는 접근방식은 필요하고 옳다. 그러나 이러한 육아를 '값싼 외국인 노동'에 위임하려는 의도에선 '우리 모두의 아이들'을 소중하게 대하는 태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외국인 고용, 만능 열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