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성한, 이혼>의 한 장면
JTBC 유튜브 캡처
내 시어머니는 일본인이다. 나는 15년 전 만난 일본인 남편과 4년의 연애 끝에 2015년 결혼했다. 결혼 후 10년이 지났지만 나는 지금까지 시어머니와 이렇다 할 갈등을 겪어본 적이 없다.
오해는 금물이다. 일본도 사람 사는 곳인데 여기라도 고부 갈등이 왜 없을까. 당장 내 주변만 봐도 시댁과 거리가 가까울수록, 왕래가 잦을수록 시어머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며느리들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시어머니와 '조금 가까운 타인'으로 지내는 며느리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먼저 나만 해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것은 일 년에 두어 번, 생일이나 연말연시가 전부다. 그 외 아이들 사진을 보내거나, 용건 있을 때 연락하는 것은 남편의 몫이다.
나는 시어머니를 향해 '어머니'라 부르지만, 그녀는 여전히 나를 '은영상(씨)'이라고 부른다. 좋게 말하면 산뜻하고, 어떨 땐 너무 정이 없나 싶은 우리 관계. 하지만 이게 특이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내 주변 일본인들의 며느리-시어머니 관계는 한국보다는 건조하고 담백한 경우가 많다.
곧 있으면 한국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오랜만에 가족, 친척들이 모이는 기쁜 날이지만 한국의 '며느리'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라는 것을 안다. 오죽하면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그러나 최근엔 한국의 명절 모습도 조금씩 변해가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한국에 있는 내 지인들 중에는 올 추석 때 귀성 대신 여행을 간다는 사람도 많다. 제사상을 간소화하기로 했다거나,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가사 노동을 분담한다는 가정도 늘었다.
올 4월 종영한 <눈물의 여왕>에는 이런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 등장했다. 한복을 입은 며느리가 아닌, 정장을 차려입은 사위들이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장면이었다.
해당 장면은 한국 뿐 아닌 해외 누리꾼들에게도 화제였다. 내 주위 일본인들도 "한국 드라마에서 남자가 제사 음식 준비하는 것은 처음 봤다"라며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