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을 통해 수여 받은 상(賞)들의 모습
이율
헌혈을 하게 된 계기
헌혈을 10여 년 간의 기간 동안 100회 하여 대한적십자사(헌혈의 집)로부터 헌혈 유공장(명예장)을 받았다. 또 명예의 전당에 내 이름이 헌액 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의 헌신을 인정 받은 것 같아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철도 없지만 돈도 없던 어린 시절, 햄버거 교환권을 준다는 말에 헌혈을 처음 시작했는데, 함께 제공되는 '초코파이 2개와 양껏 마실 수 있는 음료수' 역시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하지만 100번을 채운 지금에 와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헌혈의 과정
이제 적응이 될 법도 하지만 여전히 채혈 바늘이 무섭다. 간호사 누나(이제는 동생일지도 모르겠다)가 혈관을 찾고 조준(?)할 때면 숨이 멎는다. 바늘 끝에 조명이 반사되면 두려움은 배가 된다. 어른으로서의 체면이 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해보지만, 가끔은 나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새어 나온다. 몹시 창피하다.
일단 채혈 바늘만 꽂히면 그 다음부터는 30분 내외 동안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책을 읽어도 좋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려도 된다. 나는 주로 다른 사람들의 채혈 과정을 지켜본다. 처음에는 각자의 목적이 있었을 테지만, 끝난 뒤에 느끼는 보람을 표정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보는 내가 다 즐겁기 때문이다.
헌혈을 아무나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 문진표를 작성하여 건강 상태 등을 돌아보아야 한다. 또 직원과 대면하여 간단한 손가락 채혈을 통해 컨디션과 혈액형을 체크한 뒤에야 헌혈을 할 수 있다.
그렇게 기증 된 소중한 혈액은 정밀 검사를 거쳐 통과한 것들만 환자들에게 공급된다. 여기서 통과하지 못한 혈액의 주인들은 다음 헌혈 시에 별도의 사전 검사를 통과해야만 재차 헌혈을 할 수 있다.
필자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일시적으로 특정 수치가 상승한 탓에 별도의 검사를 거쳐 건강을 증명한 끝에 다시 헌혈을 할 수 있었던 적이 있다. 나는 스스로 건강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너무 번거롭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헌혈을 많이 한 내게 이래도 되는 건가' 시간이 흘러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니 내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그런 까다로운 절차들 덕분에 나와 내 가족들이 수혈을 받을 때 안심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꼭 필요한 헌혈
과학이 많이 발전 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난제들이 제법 많다. 그 중에 하나만 꼽자면 역시 혈액이다.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래서 헌혈에 의존하는 혈액은 늘 공급이 불안정하다. 급박한 의료 행위 중에서 혈액이 부족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아찔하게 들린다.
외국에서 수입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혈액 역시 유통기한이 있으며, 수입 혈액은 아무리 검사를 거친다 하더라도 심정적으로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가 건강하다면, 모두가 꼭 헌혈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타인에게 기증한 것은 단순히 혈액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언젠가 우리가 급박한 위험에 처했을 시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도 헌혈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
선행은 결국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법이다.
헌혈자에 대한 예우
대한적십자사는 헌혈을 30회·50회·100회 등을 달성할 때마다 각각 헌혈유공장 은장·금장·명예장 등을 수여하고 있는데, 100회 이상 헌혈자는 별도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하여 그 헌신을 잊지 않도록 예우하고 있다.
헌혈 시에는 영화관람권이나 상품교환권 등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함께 교부되는 헌혈증서는 만약 수혈을 받게될 시 부과되는 본인부담금을 공제해 준다. 자신이 사용해도 좋지만 타인에게 기부할 수도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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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과 여행을 통해 삶을 성찰하고 깨우치는 기행전문 기자 겸 작가입니다. 기행과 지역 소식을 함께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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