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파라오의 미라를 전시하는 국립문명박물관의 입구
운민
이집트에서 가장 덥기로 유명한 8월 초, 이스탄불에서 카이로로 향하는 비행기 안, 지중해를 건너 이집트로 들어가는 순간 창문 아래로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이 펼쳐진다. 뿌연 모래바람 속 황토색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고대 이집트 역사 수천 년을 말없이 증명하고 있다.
한참을 뚫어지게 밖을 쳐다보다가 서편 너머로 수없이 되뇌던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매머드가 뛰놀았던 시기, 단군 보다 이전에 탄생한 피라미드가 원근법을 무시한 채 압도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우리가 흔히 피라미드(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됨)라 불리는 사각뿔 도형의 건축물은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피라미드 하면 떠오르는 고유명사는 오직 이집트의 금자탑뿐이다.
공항에 내려 우버택시를 타기 위해 승차장으로 향하는 순간부터 혼돈의 카오스가 시작된다. 각 차들의 번호판이 아라비아 숫자가 아니라 꼬부랑 아랍숫자로 새겨져 있어 구분이 힘들었고, 기사들은 필자를 잡아끌며 경쟁적으로 자신의 차를 태우려 했다. 고대 로마사람들도 이집트에서 바가지를 종종 겪었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고초를 겪은 셈이다.
카이로에서 피라미드가 있는 기자로 향한다. 나일강을 기준으로 나뉘는 두 도시는 고대 이집트인에게 삶과 죽음의 공간으로 구분된다.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건너 다니는 고속도로를 지나 푸른 나일강을 건너자마자 멀리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더욱 세차게 분다.
양옆에는 낙타와 말이 시간을 거스르며 티비에서만 봤던 거대한 정육면체의 석조물이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아무 말 없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압도적인 풍경, 눈 앞의 피라미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