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화폐 예산확보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골목 경제의 마중물, 지역화폐 예산 민주당이 반드시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남소연
지난 5일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 법(지역화폐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거쳐 추석 전에는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지역화폐 발행을 국가 재정으로 지원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여당이 '자식 세대 빚 잔치법'이나 '현금 살포성 포플리즘' 악법이라며 반발하는 것을 보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만성적 내수 불황에 부모들이 다 죽을 판인데, 자식 세대인들 무사하겠는가?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지역화폐 예산을 아예 책정하지 않았다. 내년도 민생 예산안이 졸속인 이유는 보편 위험을 선별로 구제하는 잡다한 대책들로 가득하지만, 정작 내수 불황을 타개할 근본 대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구제 지원 성격의 사후적 선별책들이고, 경기 대응성을 높일 수 있는 매출 증대 대책은 전무하다.
유일한 소비 진작책인 지역화폐 사업도 예산의 매출 승수가 미미한 온누리상품권 사업으로 대체해 폐지하겠다고 한다(승수효과는 정부가 지출하는 재정 규모 이상으로 투자와 소비를 일으켜 총수요 즉 사회 전체의 소득을 늘리는 효과다). 위기의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는 긴축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말로 들린다. 일단, 사망선고를 받은 지역화폐 예산부터 살려낸 후, 지속 가능 사업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온라인상품권으로 지역화폐 공백을 메우려는 것이 졸속이거나 부실인 이유를 살펴보자.
내수 불황의 주범은 구조적 소득 충격
자영업 위기의 본질은 가계의 실질 소득이 기조적으로 감소하는 소득 충격에 빠졌기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해도, 수출이 블록버스터급으로 늘어난다 해도, 소비의 원천인 가계 소득은 역주행하거나 잘해봤자 제자리다. 내수 부문은 월평균 실질임금증가율이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만큼 심각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2022년에 2.7% 성장했는데도 실질임금은 오히려 –0.2%로 감소했고, 2023년 성장률은 1.4%인데 실질임금은 –1.1% 역성장했다. 올해에는 수출 경제 호조에 힘입어 2%대 중후반의 성장률 전망이 우세한데, 2분기 실질임금은 여지없이 –0.4%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 정도면, 민생 경제는 구조적 소득 충격이 만성적 내수 불황으로 이어지는 경기 침체에 빠진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신념과도 같은 부자 보편 감세를 과감하게 추진하면서도 민생 긴축재정을 고집하는 이유는 있지도 않은 낙수 효과에 대한 망상을 포기하지 못해서다. 이번에는 가계 소득 통계로 한 번 더 확인해 보자. '실질가계소득'은 2022년 2분기에 6.9%로 정점을 찍은 이후에 장기간에 걸쳐 제로성장 선(그림의 X축)을 넘나들며 아예 길게 누워버렸다. 2022년 –1.0%, 2023년 0.5%, 2024년 2분기 0.8% 등으로 0%대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실질사업소득'은 더 심각한데, 코로나 재정 지원이 종료된 2022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이 일상화되는 국면에 진입했다. 가계소득이 구조적 요인으로 늘지 않는다면, 내수 업종이 지금의 매출 충격을 시장에서 자력으로 타개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내수경제가 코로나 이전의 균형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