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매일 온도를 확인하신다는 어르신
픽사베이
그 분이 제일 먼저 연필을 놓으시길래 읽어달라고 했다.
"점점 가파르게 더워지는 날씨가 무섭다. 아침에 일기예보부터 확인한다. 아이고, 오늘은 34도라네."
'아이고'에서 여기저기 피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입말 그대로 쓰셔도 좋다고 지나가듯 말했는데 그걸 쓰셨다. 강사의 설명을 바로 실행주셔서 감사하다고 나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 나가도 되는 나는 다행이다. 한편으로 이 늙은이는 밖에서 일하는 사람 생각하면 마음이 좀 그렇다. 그래도 여름은 지나간다. 겨울이 오면 지난 날들의 그 뜨거운 것을 잊고 또 그리워지겠지."
글을 처음 써보신다는 83세 어르신은 날씨에 대한 글을 이렇게 마무리 하셨다. 71세 다른 어르신이 많이 써보신 분 같다며 먼저 박수를 보냈다. 아이고 어르신은 종이에 얼굴을 파묻으며 '아이고 진짜인데...'라고 하신다. 그 '아이고'에 또 한번 웃음이 터진다.
그러는 와중에 우리반 젊은이, 65세 어르신이 손을 드신다. 복지관 60대는 청년중의 청년이다.
"후덥지근한 날을 벗어나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다. 국회 도서관과 시청 도서관이 좋다. 연배 비슷한 사람들이 모였다. 90프로 이상이 졸고 있다."
90프로가 졸고 있다는 말에 대놓고 웃음이 터졌다. 그런 웃음이 나는 고맙다.
복지관에 글쓰기를 배우러 오신 어르신이지만 대부분 본인 글을 공개하는 것을 불편해 하신다. 어떤 분은 발가벗는 기분이 든다고까지 하신다.
그분들이 한참 활동하실 때의 글쓰기는 선택받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신성한 영역이었다. 그러니 불편해 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어르신들 글쓰기 수업에서는 본격적인 쓰기에 앞서 같이 웃는 경험이 중요하다. 한번 웃고 나면 대부분 좀 편안해진다. 이 편안함을 틈타 나는 목표와 계획을 화면으로 크게 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