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개석이 군데군데 깨져, 마치 갓 태어난 아기 새의 작고 여린 날개 같다.
박배민
탑 접근을 막는 난간이 있어 탑을 자세히 살펴보기 어려웠다. 습관적으로 아이패드를 들어 사진을 찍었다. 기단부를 확대해보니, 정사각형으로 다듬어진 돌(갑석)의 모서리에는 연꽃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고, 기단 면석에는 용과 구름이 조각되어 있었다. "우와, 진짜 정교하네!"라고 감탄했지만, 곧 이상한 허전함이 밀려왔다.
아이패드 속에는 눈앞의 탑이 그 모습 그대로 있었다. 카메라는 한 치의 실수 없이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하지만 그 차갑고 무미건조한 이미지로는 눈앞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무게감이 전달되지 않았다. 전자 화면 속은 탑의 현재를 충실히 기록했지만, 탑이 오랜 시간 품어 온 매력은 렌즈 너머로 다 담기지 않는 것 같았다.
석탑 속 운룡(雲龍)과 파도
아래쪽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가장 아래쪽 받침 부분(하대면석)을 보면 고사리가 같기도 하고, 갈고리 같기도 한 구불구불한 무늬가 좌우로 늘어져 있다. 어떤 무늬 같은가? 정답은 파도 무늬이다.
경기불교미술연구소 김훈래에 의하며 이 무늬는 이전 시대의 석탑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신륵사 다층석탑만의 고유한 무늬이다. 불교에서 파도가 상징하는 바는 <묘법연화경>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 경전에서는 관세음보살의 서원(다짐이나 맹세)을 바다에 비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