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발톱을 하나하나 손질해 드릴 때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은경
지난주 고향 집에서 점심을 먹다 어머니의 발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깎아야 할 때가 훨씬 지났는데 손질 못 하신 게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차를 한잔 마시기 위해 거실에 앉았을 때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어머니 발톱이 왜 이렇게 길 때까지 놔두신 거예요. 손질 좀 하셔야겠어요. 제가 깎아 드릴게요."
"나이가 들수록 손톱은 그래도 깎을 수 있는데 발톱은 자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아주 심하다 싶을 때까지 기다렸다 자르고는 해."
평소 신경을 쓰지 못했던 저 자신이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발톱을 하나하나 손질해 드릴 때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발톱도 어머니의 나이만큼이나 그리고 얼굴의 주름만큼이나 늙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이전 경찰서에서부터 친하게 지내던 후배가 곧 결혼한다고 해서 만난 자리였습니다. 간단히 술과 함께 식사하던 중에 지난주 있었던 어머니의 발톱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OO아, 너 어머니 발톱 깎아 드린 적 있어?"
"아니요, 없는데요. 그리고 우리 어머니의 성격상 제가 깎아 드린다고 해도 절대 못 하게 하실 걸요. 그래도 어머니랑은 친하게 지내니 할 수는 있죠. 아버지는 절대 못 하겠지만요."
"진짜? 그러면 오늘 한번 집에 가서 어머니 발톱을 손질해 드려 봐. 이제 곧 결혼도 하니 그럴 일이 평생 없을지도 몰라. 지난주 나도 어머니 발톱을 깎아 드리면서 진짜 많은 생각이 들더라. 죄송하고 감사하고... 어머니 발톱에서도 세월의 흔적이 있더라고‧‧‧"
"아, 생각해 보니 못 하겠는데요."
한참을 생각한 후배의 대답이었습니다.
"만약 오늘 중에 어머니 발톱을 깎아 드리고 형한테 카톡을 보내면 30만 원을 줄게. 그래도 안 할 거야?"
"30만 원요? 진짜 주시는 거죠?"
"당연하지. 남자가 약속했는데 무조건이지."
"좋습니다. 어머니가 주무셔도 말씀드리고 합니다."
저도 알고 후배도 압니다. 돈 때문에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사실 후배가 미션을 성공하면 나중에 결혼 축의금이었다고 둘러댈 생각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려고 했을 때 솔직히 조금은 망설였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싫어하시는 건 아닐까. 괜한 짓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하지만 제가 그 일을 경험하고 깨달은 게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후배에게도 꼭 그걸 알게 하고 싶었습니다.
후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어머니 발톱을 깎아 드릴 수 있겠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우리는 그렇게 약속하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