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산 포고앉으면 죽산, 서면 백산.
이영천
근본적인 한계는 구체제를 온전히 존속시켰다는 데 있다. 성문법에 기초한 개혁조치 단행에도 불구하고, 결국 청일전쟁 승자인 일본의 한반도 침탈에 일조한 정권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혀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첫째, 군국기무처를 통한 유사 입헌군주제의 형태를 갖추는 시늉이라도 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왕이 주관적·임의적으로 행사하던 통치권이 성문법에 기초한 제도적 통치로 전환할 최소한의 형식이나마 갖추었다. 성과는 없었으나 이로써 토지 및 신분제도 개선, 지벌타파, 인재등용, 세제개편, 은(銀)본위제 확립 등이 개혁조치로 반포되었다.
둘째, 법·제도적인 직제와 재정 관리체계 확립이다. 정부 관제를 내각제 형태로 개편하고 운영 규칙을 마련했다. 각 관직에 부여되는 권리가 관리의 특권이 아닌 나라와 백성을 위한 직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직책 수행의 일반규칙을 마련했다. 또한 세금으로 거둬들인 모든 수입을 중앙 집권화하여 총량적으로 관리하고, 나라와 왕실의 재정 관리의 제도화를 통한 객관적이고 명문화된 규정에 따른 재정지출이 이뤄지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