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색으로 위장하고 있는 수리부엉이 '팔이'의 모습도 어렵게 어렵게 찾았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래서 그날 오후에 바로 현장을 찾았습니다.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당도해 보니 팔현습지 하식애에는 이미 수목들이 웃자라 있어서 녀석들을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특유의 위장술까지 지니고 있기에 자주 보아온 사람이 찾지 않으면 잘 찾을 수도 없습니다.
어렵게 녀석들이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에 담을 때도 어찌나 조심스러웠던지요. 시각과 청각이 특히 발달한 수리부엉이는 그 앞에 얼쩡거리는 사물이나 소리 때문에 그들의 낮시간 잠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야행성인 그들은 낮에는 이렇게 그들의 은신처에서 잠을 자고 밤이 되면 본격적인 사냥을 하면서 그들이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우리 인간에게도 잠이 중요하듯 이들이 잠자는 시간은 보호받아야 마땅합니다. 이들 지난 5개월 이곳을 떠나게 된 것도 이곳의 소란스러움 때문일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부주의와 새 사진을 찍는 사진가들이 떼로 몰려온 그 소란스러움 등 때문에 이들은 이곳을 떠났고 거의 5개월 만에 다시 팔현습지에 나타난 것입니다. 그 5개월간 어디서 어떻게 지냈는지가 너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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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현습지 수호신 수리부엉이 '팔이' 팔현습지 수호신 수리부엉이 부부 중 수컷 '팔이'의 모습이다. 소리를 잘 들어보면 다른 곳에서 암컷 현이가 팔이를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5개월 만에 다시 보니 깃털이 조금 더 짙어지고 살도 약간 더 오른 듯해 어디서 굶으며 배고프게 지낸 것 같지는 않아 보여 너무 다행스럽습니다.
멸종위기종들의 숨은 서석처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
이제 팔현습지의 수호신들도 돌아왔으니 이곳이 국가습지로 지정돼야 하는 건 너무나 지당하고, 그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수리부엉이는 국가유산청이 보호하는 천연기념물이기도 하고, 환경부가 보호하는 멸종위기종(2급)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이 '적색 리스트'로 지정해 보호하는 국제적 보호종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곳이 안정적인 서식처라는 것이 적어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명확히 확인됐기 때문에 멸종위기종의 서식처 또한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될 수 있습니다. 멸종위기종들에겐 너무나 중요한 공간이니 이 일대를 국가가 나서서 지켜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