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고 하니, 낱알이 무거워 몸을 누인 벼를 보고 이제 수확을 하느냐 물었다. 남편은 아직 한 달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아직 초록빛이 있으니 수확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남편만 귀농을 하고 나는 소위 주말 부부로 도시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쌀을 '쌀나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농사일에 무지하다. 그런 나도 남편이 땅을 사랑하고 토종작물을 정성스럽게 키우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땅과 땅의 작물을 귀히 여기게 된다. 빛과 물과 땅. 그리고 익어가는 벼가 주는 생명력과 풍요로움. 무더위가 한창인 가을에 맞는 추석이 낯설고 두렵지만 벼의 풍요를 보며 위안을 얻는다. 추석은 이렇게 땅 위에 피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