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를 탄 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
김관식
올초, 같은 장소. 내 바로 앞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한 청년이 스마트폰에 집중하다 끝에 다다를 무렵 발을 제대로 떼지 못해 크게 넘어진 적이 있다. 나도 순간 그를 피하려다 넘어졌고, 내 뒤를 따라 올라오던 두 사람도 발이 엉켜 모두가 한바탕 크게 굴렀다. 그 청년은 부끄러운 듯이 이어폰을 다시 끼운 채 도망가듯 자리를 떴다. 문제는 뒤따르던 두 사람도 스마트폰을 보다 옆으로 피하지 못 했다는 점이다.
오가는 길에 마주쳤을 땐 더욱 난감하다. 멀리서 스마트폰 보며 오는 사람이 눈에 띄면 일찌감치 여유 있는 곳으로 방향을 잡지만, 사선으로 걸어오는 통에 멈침할 때도 다반사다. 사과 한마디 듣기도 어렵다.
언제부턴가 스몸비족이라는 용어가 돌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좀비'의 합성어로 '스마트폰만 보느라 주변을 살피지 않고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마치 영혼 없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걷는 모습이 영락없이 좀비 같다는 얘기다. 실제로 보행사고 중 스마트폰과 관련한 사고가 연일 증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수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지난 8월 30일 YTN과 한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을 보행 중에 이용하면 소리로 인지하는 거리가 평소보다 50% 이상 줄게 된다"면서 "자신이 인지할 수 있는 거리 범위가 축소되는 상황 때문에 보행 중 다른 사용자와 부딪치거나 다른 보행자와 충돌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주의 깊게 봐야할 통계 자료도 있다. 미국 정부 통계를 보면 2011년부터 2019년 사이에 휴대폰을 보며 걷는 바람에 생긴 응급상황이 3만여 건이라 한다. 그중 1/4는 가정에서 일어난 사고다.
그런가 하면,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무등일보> 오피니언 코너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스몸비족은 어디서든 볼 수 있고, 게다가 스마트폰을 보며 운전하는 이가 10명 중 무려 4명이 된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누구나 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 될 수 있다는 뜻에서 미래의 잠재적 위험성"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이어폰을 귀에 꽂고 걷다가 안전사고 위험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보행 중에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올라가기 때문에 운전이나 보행 중에는 스마트폰을 조금 시야에서 멀리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