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에 국경을 넘는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레바논 주변 헤즈볼라 요새 여러 곳에서 폭발이 발생한 후 미국 베이루트 대학 의료 센터 입구에서 구급차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2024.9.17
AFP=연합뉴스
레바논 전역에서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해 3천 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헤즈볼라는 즉각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다짐하면서 가자전쟁 발발 후 산발적으로 무력 공방을 벌이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현지 시각) 오후 3시 30분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비롯해 남부 티레, 서부 헤르멜 등 전국 각지에서 군부대와 공공 기관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호출기 수백 대가 폭발했다.
이 때문에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9명이 숨지고 2750명이 다쳤고, 부상자 중 약 200명은 상태가 위독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 "반드시 합당한 처벌 받을 것" 보복 다짐
헤즈볼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의 위치 추적과 표적 공격이 우려된다며 대원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고 호출기나 유선전화를 사용하도록 명령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서방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헤즈볼라가 대만 골드아폴로에 주문해 납품받은 무선호출기에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는 폭발물과 기폭장치를 심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을 내고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은 이 범죄적 침략에 대해 이스라엘에 전적으로 책임을 묻는다"라면서 "반드시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과 전쟁을 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레바논 시민을 표적으로 삼은 시온주의자(유대 민족주의자)의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도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이번 사건의 부상자 중에는 레바논 주재 이란 대사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을 거부하고 있지만, 영국 BBC 방송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이스라엘의 소행"이라며 "다른 나라나 단체는 이런 일을 할 만한 능력이나 동기가 없다"라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인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1년 가까이 국경을 사이에 두고 무력 공방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헤즈볼라 대원 약 470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에서도 40여 명이 숨졌다.
특히 지난 7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최고위급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를 암살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달 25일 헤즈볼라의 보복 공격 징후를 포착한 이스라엘이 전투기 100여 대를 동원해 선제 타격에 나섰고, 헤즈볼라도 로켓과 드론 320기를 발사하며 반격했다.
국제사회 '확전 자제' 촉구... 유엔 "민간인 보호해야"
이후 양측은 더 이상 무력 공방 없이 확전을 자제하는 모양새였지만, 이날 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 폭탄 테러'를 일으키며 또다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5일 "이스라엘 북부 국경의 세력 균형을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고,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도 "헤즈볼라와 외교의 시간은 지났고, 군사력 중심이 될 것"이라며 타격을 암시한 바 있다.
미국은 이번 사건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선을 긋고, 양측에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은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라며 "이 사건을 미리 알지 못했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항상 확전을 불러일으킬 어떤 형태의 사건도 우려한다"라며 갈등 확대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닌 헤니스-플라샤르트 유엔 레바논 특별조정관도 성명에서 "오늘 사건은 이미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극도로 우려스러운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제인도법에 따라 모든 민간인은 표적이 아니라 항상 보호받아야 하고, 민간인 사상자는 한 명이라도 너무 많은 것"이라며 "모든 당사자가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충돌을 촉발할 추가 행동을 삼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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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 수백 대 동시 폭발... 헤즈볼라-이스라엘 전면전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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