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2실 비엔날레 본전시장 작품 설명에 나선 '니콜라 부리오'(가운데)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과 동료 큐레이터들. 왼쪽부터 '바바라 라지에(프랑스)' 큐레이터와 '소피아 박(미국)' 큐레이터
김형순
이번 비엔날레(박양우 이사장) 예술감독은 세계 미술계 거장인 '니콜라 부리오(N. Bourrieaud)'가 맡았다. 그는 인간의 상호성과 사물의 관계성을 중시한다. 중앙과 변방의 차이에 대한 독창적 사고를 제시했다. 광주의 판소리와 프랑스 출신 세계적 전시기획자의 만남은 일종의 동서 문명의 통섭과 다름없다.
그는 프랑스 철학자인 '알튀세르' 연구자로 지적인 카리스마가 넘친다. 10여 권의 저서가 있다. 그의 대표작 <관계의 미학>은 미술인에게 필독서다. 40여 개 미술 행사 예술감독을 했다. 파리 '팔레 도쿄'의 창안자였다. 그는 2007년~2009년까지 영국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큐레이터를 했다. 그리고 파리 국립 미대 학장도 역임했다.
그는 판소리를 '공연'이면서 '소리'로 본다. 민주화의 성지 광주라는 장소 특정성을 항상 염두에 둔다, 궁극적으로 공간과 소리를 연결하고 싶어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의 의미를 보고, 그 안에 담긴 존재의 '소리'를 들으려 한다. 전시장을 걸으면서 소리 풍경화 오페라를 보라고 권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본관 1~2전시실은 '부딪침의 소리(feedback effect)', 본관 3전시실에는 '겹친 소리(polyphony)', 본관 4~5전시실에는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 그리고 '양림 숲' 전시로 나눈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오스트리아, 캐나다, 중국, 덴마크, 독일,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페루, 폴란드 등 국가관 22개, 기관 9개 등 31개 파빌리온으로 확장해 광주시 전역에서 열린다.
죽을 판 살판, 모든 절규를 담다

▲ 캔디스 윌리엄스(Kandis Williams) I '백인들이 우리를 모두 죽이기 위해 만들어 낸 신과 괴물들' 2024
김형순
'뉴욕타임스'는, 볼티모어 출신 '캔디스 윌리엄스(Kandis Williams)' 작가를 주목한다. 그녀는 전시만 아니라 공연, 출판편집 등 활동이 다양하다. 비평가들 평도 좋다. 인종적 식민지 폭력, 백인 우월주의, 페미니즘 등 주제가 광범위하다. 이번 신작 제목 '백인들이 우리를 모두 죽이기 위해 만들어 낸 신과 괴물들'도 파격적이다.
'공포'라는 문학 장르가 작가의 오랜 연구주제다. 이런 연작도 유럽의 식민주의가 저지른 잔학 행위를 견뎌내기 위해 만들어진 식민지적 죽음의 상상력과도 연결된다. 더 넓게는 민족주의와 권위주의 구조, 그런 효과와 영향에 대해 연구한다. 인종 문제, 기타 여러 범주를 탐구하는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위 작품에서 보면 킹콩,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울프맨, 스크림(절규)과 고스트 시리즈 등 미국과 유럽 영화사에 등장하는 상징적인 괴물로 가득하다. 정치적 사건, 영화와 삶, 공포와 역사 사이에 만들어지는 마찰과 혼란으로 시공간이 뒤틀린다.

▲ 헤이든 던햄(Hayden Dunham) I '귀환 마침내 자유(The Return: Finally Free)' 2024
김형순
이번엔 1988년생 '헤이든 던햄(Hayden Dunham)' 작품을 보자. 액체를 사용해 유동적인 풍경화를 연출하는 예술가다. 뉴욕대(NYU)에서 공부했다. 그녀는 조각, 설치, 비디오, 사운드아트, 퍼포먼스, 디자이너, 가수, 작곡가이다. 2014년~2020년까지 예명(Hyd) 등으로 앨범도 발표했다.
그녀는 무대이든 갤러리이든 자신의 프로젝트가 놓인 공간을 빈 장소가 아니라 내적인 작동 원리로 본다. 유동과 변형의 과정을 탐구한다. 작가는 말한다. "난 인간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순환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 가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내 안에서도 우주와 세계가 움직이고 순환하는 것을 느낀다"
뉴욕에서 얼음, 녹은 물, 응축, 증기 등 액체를 담은 조각품을 갤러리 바닥에 까는 전시도 했다. 어느 순간 바닥 웅덩이 색이 바뀌게 하는 전시로 관객을 놀라게 했다. 그녀는 협업을 연금술에 비유하며 이를 즐긴다. 동료작가 '소피' 등과 같이 작업을 한다. 그녀의 예술은 그런 면에서 틀도 없고 선형적이지도 않다.
그녀는 액체와 소리도 구부리려고 한다. 조각품, 설치물, 음악 등을 우주를 변환시키는 그릇으로 본다. 신작인 위 작품에서 활성탄을 쓴다. 그녀의 변형 아트에 적합한 재료다. 그녀는 모든 사물의 흐름을 냄새 맡고, 느끼고, 보려고 한다. '들뢰즈'가 말하는 '유통의 철학'을 반영한 듯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광주 판소리 가락(?)처럼 설치

▲ 프랑크 스컬리(Franck Scurti) I '광주기록' 2024
김형순
프랑크 스컬리 설치 작품은 마치 판소리 가락 혹은 작곡 악보를 보는 것 같다. 작가의 설명 들어보니 여기 자료는 광주 근처에서 얻었단다. 한국 오페라인 판소리가 광주비엔날레에서 소개되면서 한글처럼 유명해지려나 기대해본다.
'판'이란 '공간', '소리'는 '시간'을 담고 있다. 죽을 판 살 판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지금 인류는 전쟁과 환경 공포 속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누군가는 인류 멸종을 예견하기도 한다. 요즘 한국은 정치만 아니라 환경도 그 위기감이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목이 찢어지면서 나오는 판소리 같은 예술은 하나의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절규를 조형 언어로 가시화하는 것이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과제다. 그래야 판소리라는 주제가 살아난다. 예술가는 이런 과제를 저항만이 아니라 예술가만이 발휘할 수 있는 메타적 시각언어를 펼쳐야 하리라.
위에서 절규는 아니지만, 긴장감 넘치는 울림이 들려오는 것 같다. 그게 착시나 환청이라도 상관없다. 다만 작가는 그의 최고 능력인 상상력을 최대로 발휘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작품에서 판소리에서 나오는 아우성 같은 것을 듣게 해야 한다.
다층적, 원초적 소리를 담은 전시장

▲ ▲ 필립 자흐(Phillip Zach) I '부드러운 폐허'(soft ruin)' 캔버스와 리넨에 오일과 아크릴 450×840×840cm 2024
광주비엔날레

▲ 마르게르트 위모(Marquerite Humeau) I '휘젓다' 2024
김형순
3-5전시설에서는 다원적이고 다층적인 세계관 주목하는 '겹친 소리'와 환경과 인간 파괴되지 전 태초의 '원초적 소리'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먼저 제3전시실 독일 작가 '필립 자흐(P. Zach)'를 보자. 그는 함부르크와 프랑크푸르트 '미대'에서 공부했다. 현재 독일과 이스탄불을 오가며 활동한다. 다양한 재료와 형식을 도입해 복잡한 공간에 빈 곳을 두어 관객에게 생각의 여지를 준다.
위 제목은 '부드러운 폐허'(soft ruin), 신작이다. 동굴을 연상시킨다. 작가가 산책하다 고치의 거미줄이 공원 나무를 휘감고 있는 장면을 보고 착안했다. 알 수 없는 요소가 호기심을 유도해 관객의 관심을 끈다. 또 하나의 '몰입형' 회화다.
이번에는 제4-5 전시실에 참가한 프랑스 작가 '마르게리트 위모(M. Humeau)'를 보자. 제목은 '휘젓다(Stirs)'. 판소리 '휘모리' 장단이 생각난다. 위모는 과학적이면서도 인문학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매체를 쓴다. 이번에는 유리 기포를 활용했다. 여러 분야 전문가와 협업해 인간 존재의 신비를 신화적으로 탐색한다.
그녀가 탐구하는 시대와 지역은 선사시대부터 미래까지, 흙과 먼지에서 우주 멀리까지 폭넓다. 우리가 놓쳐버린 하찮은 것을 다시 꺼내 거기에 에너지를 넣는다. 상승하는 초자연의 힘을 보여준다. 그녀는 상상의 시공간을 넓혀 장엄한 풍경을 펼친다.

▲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김형순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본 전시관 첨단 실험미술과 광주광역시의 유서 깊은 역사와 공동체 정신을 지켜온 양림동 일대 8곳 주변 공간으로 활용해 일상미술도 만난다. 본 전시장을 넘어 공간에 대한 탐색은 양림동까지 확대된다. 여기서는 끝없는 심한 경쟁에서 벗어난 평온을 추구하는 친환경적인 소비 대안을 제시한다.
- '31개 파빌리온, 22개 국가관과 일부 주변 기관의 파빌리온 전시' 소개는 아래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https://seulsong.tistory.com/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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