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충남 논산시를 방문한 김태흠 충남지사
논산시청 홈페이지 갈무리
양곡관리법 개정 문제를 놓고 김태흠 충남지사와 지역 농민단체 사이에 설전이 펼쳐졌다.
불씨는 김태흠 지사가 당겼다. 민선 8기 3년차를 맞은 김태흠 지사는 지난 19일 논산시를 방문해 언론과의 간담회를 갖고 더불어 민주당이 추진 중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국내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보다 5~8% 하락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모두 사들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지금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양곡관리법은 농업농촌을 죽이는 일이다. 예를 들어서 수도작(논에 물을 대어 짓는 벼농사) 쌀이 남아 돈다"라며 "잉여 쌀을 국가에서 매입 한다고 하면 모두 농사만 짓게 되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쌀값 폭락 수입쌀 40만8천 톤이 원인"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농민회 충남도연맹과 여성농민회 등의 농민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 농민들은 쌀값 하락의 원인이 '과잉생산'이 아니라 '수입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곡 관리법을 정쟁 거리로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국은 지난 1995년 WTO 가입 이후, 2014년까지 20년 동안 쌀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미국 등의 쌀을 수입하고 있다. 농민들은 매년 40만 8천 700톤에 달하는 수입쌀이 쌀값 하락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농민들은 "(김태흠 지사는) 쌀값 폭락의 원인을 농민들에게 돌리고 있다"며 "쌀값 폭락의 주범은 결코 벼농사 과잉 때문이 아니다. 수입쌀을 막지 못하면 쌀값 폭락는 매년 반복 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쌀이 남아 돈다고? 정부의 허풍에 불과해"
이진구 전국농민회 충남도연맹 의장은 2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정부와 김태흠 지사는 쌀값 하락의 원인을 농민 탓으로 돌리고 있다. 쌀값 하락의 원인은 수입쌀 40만8천톤이다"라며 "한국의 쌀 자급률은 90%선에 그치고 있다. 쌀이 남아돈다는 것은 허풍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최근 논에 콩과 들깨 등의 타작물을 심을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이 조차도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농민들에 따르면 물에 강한 벼의 경우, 홍수로 침수가 되어도 일주일 정도 버틸 수 있다. 그러나 밭작물은 침수피해를 입을 경우 치명적이다. 논에 밭작물을 쉽게 심을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벼를 심는 논이 주로 침수가 잦은 '저지대 평야'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련해 이진구 의장은 "지지난해 지난해 잇따라 논에 심었던 밭작물들이 홍수 피해를 입었다. 논에는 벼를 심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농민들의 80%이상은 고령농이다. 작목을 바꾸기도 어렵다. 작목 하나를 바꾸려면 적어도 몇 십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부연했다.
권태옥 전국여성농민회 충남도연합 회장은 <오마이뉴스>에 "쌀은 우리의 주식이다. (쌀값이 폭락하는 요즘) 농민들에게 양곡관리법은 절실한 상황이다. 지김태흠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 만큼이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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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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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관리법 반대한 김태흠에 농민들 "세상 물정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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