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뜨락시들어가는 것들과 자라고 꽃 피우는 것들. 오이,호박,배추,독말풀,상사화
김은상
이리저리 마당의 부름을 받는다. 피었던 그 모습 그대로 쇠잔하여 박제된 벨가못과 밤비노, 루드베키아 씨앗을 받고, 땡볕 아랑곳없이 은밀하게 자라난 닭의장풀, 바랭이, 강아지풀을 뽑아내고 그 자리에 씨앗을 뿌린다. 금어초, 유채, 양귀비, 자운영, 달래... 내년을 품은 씨앗이다. '내년이라...' 장담하기엔 너무 먼 시간일까?
정말 가을은 온 것일까? 아침저녁 찬 공기가 반갑지만 언뜻 스치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바뀐 계절에 대한 대가는 다 치른 것일까? 지금의 평화로운 시간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극한의 더위와 추위, 폭우와 폭설을 움켜쥔 제5, 제6의 계절이 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닐까? 예측이 가능한 계절은 이제 기대할 수 없게 된 것 아닐까?
그 와중에 본 뉴스. 시간당 60mm 이상의 극한 호우만 50여 차례, 북쪽의 찬 공기가 더운 공기와 충돌하여 정체전선, 남쪽 태풍에 수증기가 유입되어 장마철보다 더 많은 비가 전국 곳곳에 내렸단다.
일기예보관의 해설은 이미 도심이 마비되고 농촌 곳곳이 무너지고 잠긴 지 하루가 지난 뒤였다. 내게도 올 수 있는 불행에 알람은 없다는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