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 옥천읍 문정4리 김효순 이장.
월간 옥이네
낮은 주택가 사이 깔끔하게 정돈된 작은 화단이 맞이하는 진달래아파트. 1996년 완공된 아파트라 믿기지 않을 만큼 작은 쓰레기 없이 잘 관리된 이곳을 20년째 돌보는 이가 있다. 아파트 곳곳이 전부 추억의 장소라는, 문정4리 역사와 함께하고 있는 김효순 이장이다. 대전이 고향인 그가 옥천에 온 건 1990년대 말. 남편의 직장 발령으로 옥천에 오면서 진달래아파트에 입주했다. 그리고 5년 뒤 46세의 젊은 이장이 됐다.
"갑자기 이장 자리가 공석이 됐는데 주민들이 저를 추천했어요. 옥천에 온 지, 아파트에 입주한 지 5년밖에 안 됐는데 이장이라니, 엄청나게 부담됐죠. 당시 아파트에 시끄러운 일이 있었는데 그것만 정리하고 그만둬야지 생각하고 시작한 게 지금까지 온 거예요."
오랜 이장 생활만큼 김효순 이장이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또 있으니, 바로 봉사활동이다. 20년 전에는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현 옥천군노인복지관), 이동봉사를 다니며 일주일 중 절반 이상을 봉사에 매진할 정도로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 모습을 본 주민들이 이장으로 추천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는 그다.
"배우는 걸 좋아해서 여성회관에서 발 마사지 수업을 받고 자격증을 땄어요. 이후에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으로 강사활동과 봉사를 병행했죠. 여기저기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좋게 보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바깥에서 하는 봉사, 우리 마을에서 더 적극적으로 해보자 생각했죠."
하지만 처음 하는 이장 일에 모든 것이 낯설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154세대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일. 경로당 개보수 공사같이 아파트에 필요한 일에 다른 의견을 가진 주민이 있으면 일일이 만나 설득했다. 다른 아파트에 비해 세대수가 적다지만 모든 주민을 아우르기 쉽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김효순 이장에게 힘이 된 것이 여성이장 모임이다.
"그쯤 옥천읍 62개 마을 중 6명이 여성이장었어요. 예전에 비해 여성이장이 많아졌지만 이장협의회에 가면 남성 위주로 발언하고 진행되는 모습에 소외되는 것 같았어요. 다른 여성이장들도 비슷했는지 자연스레 모이게 됐고요. 게다가 다들 이장이 처음이어서 자주 만나서 마을에 어려운 일은 없는지 같이 고민하면서 의지를 많이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