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강남 학생 상위권 대학 휩쓸어... 상한선 둬야"

등록 2024.09.24 15:43

수정 2024.09.24 15:43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극단적인 해결책'으로 서울 부유한 지역 출신 학생의 '대학 입학 상한선'을 주장했다.

이 총재는 24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한 인터뷰에서 "강남 등 부자 지역에 사교육 강사와 대입 코치에 몰려 있고 부모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며 주택 가격과 대출을 끌어올리고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지방의 인구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다"라며 "강남 지역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과도하게 입학하며 다른 지역 지원자들의 기회를 줄였다"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종종 세계 지도자들에게 칭찬을 받지만, 그들은 현실을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의 부유층은 6살부터 자녀를 학원에 보내 대입을 준비하게 하고, 여성 근로자는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자녀 교육을 하기로 한다"라며 "이런 치열한 경쟁은 경제를 해치고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7일 한국은행 심포지엄에서도 부동산 가격 안정과 대입 경쟁 과열을 막기 위해 대입 지역별 비례 선발제를 제안한 바 있다.

FT "한국, 가계 부채 늘어날까봐 금리 못 내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대학 입시 제도 개혁 인터뷰를 실은 <파이낸셜타임스> ⓒ 파이낸셜타임스

FT는 "한국은행은 2023년 초부터 기준 금리를 3.5%로 유지해 왔다"라며 "지난달 2%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했는데도 대출을 부추길지 우려해 금리 인하를 미루었다"라고 전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45%로 선진국 기준에 비교적 낮은 수준이지만, 가계 부채는 92%로 선진국 중 가장 높고 2분기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FT는 "많은 전문가가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급락한 것도 소수 명문 고등학교, 대학, 기업의 제한된 학업 및 직업적 기회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에 관한 압박 때문이라고 지적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아파트에서는 치열한 청약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공실과 인구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인구 통계적 상황이 밤잠을 설치게 한다"라면서 "한국은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제조업 기반의 산업에 의존하는 한국의 성장 모델은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과거의 성공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라며 "지금의 말(horse)이 지쳐서 새로운 말로 바꿔야 하지만, 사람들은 지금 말도 너무 빠르고 잘 달리는데 왜 바꿔야 하냐고 묻는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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