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고 외식 하고 운동 하고 모임 하고 그건 현직 때도 누리지 못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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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인 친구는 골프를 치는 선배 교사가 은퇴 후 운동을 접었다고 한다. 이전보다 오른 회비 몇 천 원이 부담스럽다고 했단다. 그나마 안정된 사학연금이 있음에도 월급에 준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가계가 어려우면 제일 먼저 줄여야할 게 유흥비.
내가 운동하는 탁구장만 봐도 은퇴 전후가 확연히 다르다. 게임하고 뒷풀이를 가고 뒷풀이에서 각출이 다반사였다면 요즘은 점심 후 나와 저녁 전 귀가한다. 많이 먹어야 커피믹스고 간간히 내기 탁구에서 아이스크림 먹는 재미가 전부다.
서로가 같은 처지니 얻어 먹을 생각은 안 하는 눈치다. 탁구나 등산처럼 가성비 있는 여흥은 그래도 낫다. 친구의 선배처럼 몇 천원에도 움찔해지는 게 충분히 공감된다.
노후에 대한 넘쳐나는 정보 중 최고는 '생활비'다. 때로는 과잉 걱정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느 프로그램의 한 패널은 요즘 제시되는 금액은 상류층 수준이라고 일침했던 게 기억난다.
여행 가고 외식 하고 운동 하고 모임 하고 그건 현직 때도 누리지 못했던 규모라고 덧붙인다. 맞는 말이다. 현직 때도 마이너스통장에 의존하거나 맞벌이이거나 보너스가 나올 때 가능했던 누림이다.
TV에서 호들갑스럽게 "노후, 노후"를 외칠 때 위기감이 적잖았다. 계산기를 두드려보지만 답이 없다. 내린 결론은 그 걱정할 시간에 나가서 배우거나 일해야 한다란 생각이다.
나이가 많아 일거리가 없다고 하지만 당근마켓을 보면 알바가 넘친다. 물론 이전 경력과는 비교 안 되는 영역이고 금액이지만 할 수 없다. 나이가 많으니깐. 가보지 않은 세계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선배들의 과정을 충분히 보았으니 똑같은 실수, "이럴 줄 몰랐다. 미리 해둘 걸"은 덜 해야겠다.
데자뷰가 느껴지는 질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