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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사건'의 세 가지 여운과 서울교육의 미래

[기고] 정대화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

등록 2024.09.30 06:54수정 2024.09.30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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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직 교사를 특별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한 조희연 교육감이 8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떠나며 배웅 나온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해직 교사를 특별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한 조희연 교육감이 8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떠나며 배웅 나온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유성호

결국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하 조희연)이 물러났다. 그는 억울하다는 변명도, 불공평하다는 항변도 없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는 진한 아쉬움의 말만 남기고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자리에서 내려왔다. 서울교육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조희연의 분투와 10년 여정은 이제 중단되는 것인가? 이제 다른 사람이 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그 답을 찾아가는 선거가 시작되었다.

지난 6년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조희연은 교단 바깥에서 풍찬노숙하던 해직교사들을 특별채용 방식으로 복직시켜 교단의 평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정치권의 정파적 갈등이 교육 영역으로 확산되어 특별채용으로 옮겨붙어 감사원 감사를 거쳐 공수처 1호 사건이 되었다.

초기에 삼류소설에 불과한 정치적 에피소드였던 것이 사법 영역에서 유죄 판결로 사건이 되고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거쳐 교육감직을 상실하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소설 같은 에피소드가 사건이 되고 현실이 되는 과정을 바라보는 형언하기 어려운 심경이 있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면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 형법 제123조의 이 조항은 박근혜(전 대통령) 탄핵 사건으로 유명해졌고 양승태(전 대법원장) 사건과 조희연 사건에도 적용되었다.

그러나 양승태 사건에서 "직권이 없으므로 직권남용이 아니"라는 해괴망측한 논리로 43개의 직권남용 조항 모두가 무죄가 되었는데, 조희연 사건에서는 과연 어떤 직권이 있었기에 직권남용이 되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장 양승태에게 없는 특별한 직권이 교육감 조희연에게 있다는 말인가!

양승태에겐 면죄부, 조희연에겐 '교육감 박탈' 유죄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8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직 교사의 특별 채용은 적법하다며 조희연 교육감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8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직 교사의 특별 채용은 적법하다며 조희연 교육감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유성호

법리가 충돌하는 법정을 벗어나 사회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조희연 교육감은 10년 이상 지속된 교단의 갈등을 특별채용의 방법으로 해소함으로써 대한민국 정부가 권장하는 적극 행정을 실천한 혁신행정가이다. 정부는 지금도 적극행정을 강조하고 있다.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누군가를 위태롭게 하거나, 누군가에게 의무없는 일을 시킨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교단을 안정화시킨 조치라는 점에서 충분히 보호받을 여지가 있다. 백보 양보하여 실정법 위반의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수준의 주의나 징계로 처리할 일에 신분 상실형을 적용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사건은 끝났지만 세 가지 여운을 남긴다. 첫째, 특별채용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완성되었지만 법 바깥의 영역에서는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었다. 둘째, 공채 아닌 특별채용은 정부, 기업, 대학에서 나름대로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인사 제도인데 조희연 교육감에게 적용된 경직된 논리를 계속 고집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셋째, 조희연 교육감은 민주화 이후 사회적 갈등이 부각되는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협력과 공존의 교육을 강조했는데 앞으로 이 가치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토론해야 한다. 특별히 마지막 과제는 우리 모두의 치열한 고민을 요구한다. 그래서 이것은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문제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정치·경제적으로 후진국에서 벗어났다. 교육 영역에서도 전 국민을 포괄하는 완벽한 공교육 체제를 갖추었고 국민의 70%가 대학에 진학하는 세계 최고의 고등교육 진학률을 자랑한다. 더구나 모든 국민이 교육의 당사자이자 이해관계자이며 또한 교육 전문가인 나라가 아닌가.

이것은 우리 교육의 특성이자 강력한 장점이며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다. 문제는 이러한 장점이 때때로 권력의 정책적 오판이나 일부 세력의 시대착오적인 견강부회에 의해 오염되고 흔들린다는 점이다. 중심을 다잡아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퇴행해서는 안 된다.

조희연 교육감, 가치를 지키다 명예롭게 퇴진

 해직 교사를 특별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한 조희연 교육감이 8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떠나며 배웅 나온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해직 교사를 특별 채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교육감직을 상실한 조희연 교육감이 8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을 떠나며 배웅 나온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유성호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거쳤다. 산업화 과정에서는 권위주의적인 동원이 일시적으로 통용될 수 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 민주화 과정에서는 격렬한 대립이 불가피하지만 이제는 협력과 공생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립과 갈등을 넘어 소통과 이해, 협력과 공감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공존과 공생을 추구할 시대적 상황에 이르렀다.

당연히 교육이 그 길을 열어주어야 하고 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등주의와 경쟁주의에 매몰된 배제적이고 배타적인 교육을 협력과 공감에 바탕한 공존의 교육으로 시급하게 바꾸어야 한다. 이것 없이는 창조가 불가능한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우리의 국가적 난제로 부각된 저출생과 자살을 막을 수 없다.

이것은 지난 10년간 조희연 교육감 꾸준히 했던 말인데 우리 교육은 이 정신을 잊지 않고 이어가야 하며, 관점을 확장하여 우리 사회가 공감과 공존의 전략을 미래의 국가발전 전략으로 채택해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여야가 없고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 정신을 앞장서 실천하다가 서울시교육청을 떠나게 되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가 주창한 가치를 실천하다가 스스로 명예롭게 퇴진한 셈이다.

이것이 바로 조희연 정신이다. 그러므로 만해 한용운 선생의 말씀처럼 조희연은 떠났지만 우리 교육은 아직 조희연을 보내지 않았다. 이제 우리가 남았다. 조희연이 떠난 자리에서 서울교육의 내일을 걱정하고 우리 교육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서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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